"회장 임기 채워라" "배당 과도"...이복현이 부른 금감원장 영역 논란

금융·증권 입력 2025-02-23 08:00:09 수정 2025-02-23 08:00:09 이연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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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임기 끝까지 채워야"
지난해 현 경영진 책임론 제기하며 임 회장 거취 압박과 정반대 발언
농협은행 배당금 지적…농협금융과 중앙회 흔들기 나섰나
토스 봐주기 징계 논란에는 "말하기 어렵다 일축"
2022년 취임 후 금리 구두개입 월권 논란 제기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수위를 넘는 언사가 금융감독원장으로서의 영역과 권한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올해 첫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20개 은행장들과 90분간 은행권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이 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 금융지주사 회장의 임기와 은행 배당률 적정성 등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해당 발언을 두고 사적인 감정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관치금융을 넘어 월권이라는 거센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해당 발언을 둘러싸고 감독 당국 수장으로서 적절한 것이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거취 두고 오락가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임기를 끝까지 채우고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에 대해서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올해 첫 은행장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이어, 이 원장은 우리은행 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시절부터 이어진 파벌을 지적하며 "내부통제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갑자기 나오면 거버넌스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임 회장 임기를 채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기회가 될 때마다 사석에서 많이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임 회장 임기 관련 공식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일 기준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730억원 등 총 2334억원 규모 부당대출이 실행된 사실이 금감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앞서 금감원은 제보 등을 통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사건을 조사했고, 지난해 8월 350억원 규모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실행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금감원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관련 정기검사로 확대했고, 손 전 회장 등 부정대출 관련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부터 손 전 회장 부정대출 사건 관련 임 회장 등 우리금융 현 경영진을 향해 작심비판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KBS 일요진단 방송에 출연해 "상식적 수준으로 볼 때 은행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 전 회장의 불법을 은폐할 수 있다고 오해하도록 처리한 우리금융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임원회의에서도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는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후에도 이 원장은 현 경영진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며 임 회장 거취를 압박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 수장이 공식적으로 특정 금융지주사 회장을 겨냥해 비판하는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관되게 임 회장 책임론을 언급하며 거취를 압박해 오던 이 원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발언한 것을 둘러싸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원장의 의중을 모르겠다는 의견과 금융지주사 회장 임기를 감독당국 수장이 결정하거나 사견을 밝힐 수 있는 영역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 경영권 영역 배당금 지적에 관치금융 논란도 

이 원장은 농협은행·농협금융지주 배당금에 대해서도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같은 날(19일) "농협은행 배당이 과도함으로 인해서 중장기적 성장 능력에 훼손이 있거나 수익 건전성 위험에 문제가 있다면 감독 당국 문제이기도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일 지주-은행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통해 농협금융지주 자본비율이 다른 금융지주사 대비 최저 수준이고, 핵심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전체 은행지주 중 최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농협금융이 중장기적 자본관리계획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거액 배당을 지급해 자체 위기대응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협금융 단순자기자본비율은 6.6% 수준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실적 기준 890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고, 배당률은 37.33%에 달한다. 농협은행 배당은 농협금융지주 100%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중앙회로 들어가게 된다. 이와 함께 농협금융이 농협법에 근거해 농업인과 농촌 지원 목적으로 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는 지난해 실적 기준6111억원이다.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경영권에 속하는 배당 문제까지 규제하려는 것은 사실상 '관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고 중앙회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배당 자체에 당국이 개입할 것은 아니라면서도, 농협금융의 배당 관행을 지적하고 나섰다. 통상 금융당국이 나서서 은행의 과도한 배당을 억제하려는 취지는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기업 최대 이해관계자인 주주 대상 배당정책은 경영 고유 권한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배당금과 배당률은 경영전략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원장이 농협금융 배당관행을 지적하며, 사실상 농협금융과 은행의 지배구조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4월 금감원은 농협금융과 은행에 대해 경영 전반과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정기검사에 착수했지만, 결국 지배구조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농협금융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영향력 축소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연말 농협금융은 계열사 9곳 중 6곳 CEO가 교체됐는데 강 회장 측근 인사가 대거 발탁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농협금융 지배구조 개선에 뜻이 있다면, 농협중앙회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배구조 개선 방안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농협금융 흔들기만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이 어렵다는 뜻이다. 

◇토스 ‘봐주기 징계’ 논란 관련 "말하기 어렵다" 일축 

이 외에도 이 원장은 같은 날(19일) 이른바 토스 ‘봐주기 징계’ 논란 관련 기자들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금감원은 지난해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해 이례적인 두 단계 감경된 징계를 내렸다. 이 원장은 "어느 분은 과하게 검사했다고 하고, 또 어느 분은 너무 봐준다고 한다"며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2022년 이 원장 취임 후 금감원에서 징계가 두 단계 이상 감경된 곳은 토스가 유일하다. 

◇취임 후 꾸준히 제기된 금리 구두개입·월권 논란 

이 원장은 지난해 가계대출 금리 관련 발언을 30차례 가까이 하면서 '금융권 최대 리스크는 이복현의 입'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과한 바 있다. 국정감사 당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장이 최근 은행 대출 정책에 대해 구두 개입을 여러 번 했다. 가계부채 총량 규제는 명시적으로 폐지된 상태인데도 정부 정책에 반하는 원장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헌법 행위고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 행위라고 보는데 동의하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 원장은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보시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거나 은행이나 소비자가 힘드셨다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외에도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 패싱 논란, 2023년 시장금리 구두개입과 한국은행 엇박 논란 등이 있다. 

역대 감독당국 수장들이 금융권 현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검사 결과가 최종 확정된 이후 발언해왔다. 또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업에서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보다 확정된 결과가 담긴 서류 한 장이 가치 있다.”고 말했다. 감독 당국 수장의 발언으로 시장을 흔드는 행위는 금융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감독 당국 수장의 발언으로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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