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은 멈췄고, 행정도 멈췄다 — 간현관광지의 불편한 진실"

강원 입력 2025-10-29 09:56:15 수정 2025-10-29 09:56:15 강원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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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하늘정원 찾는 수만 명의 관광객, 화장실 급수 고장 일주일 방치…용역 근무자만 민원 응대

고장난 화장실.[사진=서울경제TV]
[서울경제TV 강원=강원순 기자] 지난 10월 24일 금요일, 원주 간현관광지의 케이블카 승강장과 하늘정원 화장실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고장이 발생했다. 단순한 일시적 문제로 보였지만, 일주일이 되도록 복구되지 않으면서 행정의 무책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관광객 수만 명이 불편을 겪는 동안, 관리 주체인 원주시시설관리공단과 원주시 관광과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다.

공단 측은 “모터나 전기 문제로 추정된다”며 원인 파악 중이라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임시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용역 직원들이 관광객의 항의와 민원을 모두 감당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근무자는 “공단 직원은 나 몰라라 하고, 우리만 민원에 시달린다”며 “화장실이 고장이라 다른 곳을 이용해 달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토로했다.
고장난 화장실.[사진=서울경제TV]

이 기간 동안에도 관광객은 쏟아졌다. 10월 25일 1만2천 명, 26일 1만900명, 28일 5천6백 명 등 수만 명이 간현관광지를 찾았다. 그러나 근무자는 평일 1명, 주말 2명에 불과했다. 결국 시민의 불편과 분노는 현장 용역 인력에게 향하고, 공단은 물론 원주시 관광과 역시 아무런 대안 없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공단 직원들은 당직자만 현장에 나왔고, 대부분의 운영·민원 대응은 용역 직원들이 담당했다. 공단이 직접 관리·감독해야 할 핵심 관광시설이 ‘용역 의존형 행정’으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 행정을 총괄하는 원주시 관광과의 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 간현관광지는 원주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케이블카·출렁다리·하늘정원 등 연계 시설을 통해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다. 그만큼 관광 인프라의 안정적 운영과 시설관리 계획은 시 차원에서 관리·감독돼야 할 영역이다. 그럼에도 관광과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공단 소관’이라며 별다른 대응이나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장난 화장실.[사진=서울경제TV]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원주시의 행정이 관광객 유치에는 적극적이지만, 관리와 안전에는 소극적”이라며
“시가 관광 성과만 강조하고 기본 행정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관광 발전의 전제는 시설 유지 관리”라며 “시와 공단이 함께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광객이 몰릴수록, 그 뒤의 관리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은 “현재 정확한 고장 원인을 확인 중이며 조속히 복구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원주시 관광과는 “해당 문제는 공단에서 관리 중이지만 상황을 공유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사후 대응만 되풀이하는 사이, 현장은 여전히 불편과 불만으로 가득하다.

간현관광지의 화장실 고장은 단순한 ‘배관 문제’가 아니다. 시와 공단, 그리고 행정의 책임이 멈춰선 결과다. 관광객이 몰릴 때마다 현장을 지탱하는 것은 공무원도, 기관도 아닌 용역 직원들이다. ‘관광도시 원주’를 외치는 시가 진정한 관광 행정을 하려면, 케이블카의 높이보다 더 중요한 행정의 기본부터 돌아봐야 한다. 화려한 관광 홍보보다 먼저, 한 방울의 물이 흐르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k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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