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여주기 행정의 폭주" … 원주 관광열차, 예견된 부실의 종착역
강원
입력 2025-10-24 16:08:12
수정 2025-10-24 16:08:12
강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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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는 지난 2022년 관광열차를 먼저 구입했다. 그러나 정작 열차가 다닐 선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폐선로 매입이 지연되며, 실제 매입 완료는 2024년 11월로 사업 초기 계획보다 무려 2년 가까이 늦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사업 추진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열차 도입을 서둘렀다.
이후 선로 정비와 차고지 공사를 '임시 구조물' 형태로 진행했다. 공사 기간은 짧았고, 설계 변경과 시공 검증 과정은 허술했다. 결국 토사 하중에 무너진 차고지는 '예산 소진을 위한 급조 시설'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역의 한 건설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차고지는 본래 상시 하중 계산이 철저해야 하는 구조물인데, 임시시설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행정이 ‘정상 추진 중’이라는 명분에 급급해 구조 안정성을 간과한 전형적인 인재(人災)입니다."
원주시는 사고 직전인 지난주, 시민과 언론을 초청해 관광열차 시범운행 행사를 열었다. 아직 선로 정비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반곡역 공원 조성도 미완성이었지만, "2027년 개통에 차질이 없다"는 자신감만은 넘쳤다.
문제는 그 시점이다. 열차 구매와 시설 공사가 지연되며 내부적으로 '사업 부진' 비판이 높아지자,
시가 시범운행 행사를 통해 '공정률 부풀리기'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틀 뒤 차고지 붕괴 사고가 터지면서, 그 '보여주기식 행정'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원주시의 이번 관광열차 사업 예산은 총 370억 원 규모다. 차량 도입, 폐선로 정비, 정차역 리모델링, 공원 조성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 예산 중 상당 부분이 '계획 미비 상태에서 집행된 전시성 지출'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 관계자는 "복구비는 시공사 책임 여부를 조사해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 책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완공 처리된 일부 예산은 정산 절차상 환수하기 어렵고, 설계 검증 단계에서 시가 직접 관리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분명히 말했다. "이건 단순한 시공사 과실이 아닙니다. 애초 행정이 절차를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생긴 구조적 문제입니다. 책임 소재를 외주업체로 돌리려는 건 행정의 책임 회피일 뿐입니다."
원주시는 '중부내륙 관광 거점도시'를 표방하며 관광열차를 미래 전략사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그 상징적 사업이 시민 불신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SNS에는 "관광열차보다 안전열차가 먼저다", "무리한 사업 추진이 결국 세금 낭비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열차의 움직임보다 더 걱정하는 것은 '시청의 방향감각'이다.
"열차는 멈췄지만, 행정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번 붕괴는 단순한 토사 사고가 아니라 행정 시스템의 경고음이다. 예산 집행을 서두른 나머지 절차적 검증을 생략하고, 정치적 성과를 위해 현실을 포장한 결과가 오늘의 붕괴로 이어졌다.
공공사업은 '시민의 세금'으로 이뤄진다. 그만큼 절차의 투명성과 안전성, 그리고 정책의 진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 원칙이 무너진 순간, 행정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원주 관광열차는 지금 멈춰 섰다. 이제는 열차보다 먼저, 행정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k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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