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명 이용하는데..."새벽배송 금지" 현실성 있나?

경제·산업 입력 2025-11-22 08:00:09 수정 2025-11-22 08:00:09 김민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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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배송 제한 제안에 촉발된 논쟁
쿠팡–민주노총 갈등, 공방 원인됐나
플랫폼 물론 소상공인 타격도 우려
새벽배송 금지 추진 가능성에 의문

쿠팡 배달원들이 서울 송파구 쿠팡 센터 앞에서 배달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경제TV=김민영 인턴기자] 국내 유통·물류 산업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은 ‘새벽배송’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업계, 정치권까지 얽힌 논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국토교통부·택배업계·노동계가 모인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첫 회의에서 민주노총이 심야 시간대 배송 제한을 공식 제안한 이후 쿠팡을 비롯한 주요 유통 플랫폼과 민노총 간의 입장 차가 드러나며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새벽배송 전면 금지가 과연 실현 가능한 조치인지, 또 이를 제안한 정치권과 노동계의 의중이 무엇인지 의혹이 커지는 모습이다.

◇ 민주노총 ‘심야 배송 제한’ 제안에 새벽배송 공방 확산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민주노총이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의 초심야 배송을 제한하자는 안을 공식 제안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민주노총이 제안한 이 ‘심야배송 전면 금지’에 대해 관련 쟁점이 빠르게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 오는 28일 예정된 3차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지며 한 달 가까이 ‘새벽배송을 멈출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를 놓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 부천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CJ대한통운 택배 차량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 쿠팡과 민주노총, 새벽배송 두고 '정면 충돌'
현재까지 쿠팡과 민주노총 사이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채 맞선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심야시간대 반복 근무가 과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온 만큼, 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 제한이 필요하다며, ‘0시부터 5시까지의 심야 배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를 핵심으로 내세우며 새벽배송 운영 방식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특히 쿠팡의 새벽배송 체계를 문제 삼는 이유는 쿠팡이 이미 업계 기준처럼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모델이 확산될 경우, 타 택배사까지 유사한 구조로 이동하면서 과로 문제가 더 넓게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올해부터 주 7일 배송 체계를 도입했다.

반면에 쿠팡은 현행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쿠팡의 물류 인프라와 운영 프로세스 대부분이 새벽배송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심야 시간대 배송 제한은 구조적 변화와 직결된다는 이유다.

새벽배송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쿠팡은 올해 상반기 영업 이익이 약 2000억 원에 달하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2400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만큼, 새벽배송 축소는 쿠팡의 매출 타격과 소비자 편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상공인 판매자들의 상품 공급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심야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 기사들은 수입 감소를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 역시 새벽배송 금지에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아, 중재 역할을 맡은 국회도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경기 부천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쿠팡 배송 차량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 새벽배송 금지 논의, 노동계 내부 갈등 맞물렸나
업계와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번 새벽배송 논쟁이 단순한 근로시간 조정 문제를 넘어, 민주노총과 탈퇴 노조 간의 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친구 노동조합(쿠팡노조)은 2023년 11월 조합원 약 93%의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기업별 노조로 전환했는데, 당시 정치·집회 중심의 활동과 조합비 부담 등이 조합원 이익과 괴리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양측의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최근 민주노총이 ‘0시~5시 심야배송 제한안’을 공식 제안하자 쿠팡노조는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노총 탈퇴 이후 이어져 온 긴장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며 보복성 의제 제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이 야간 배송기사 약 240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새벽배송 제한에 반대했고, 95%는 “야간·새벽배송을 지속하겠다”고 답해 노동자 다수가 현 제도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CPA는 이러한 의견이 충분히 논의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해당 제안이 플랫폼 노동자의 야간 근로 구조를 바꾸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쿠팡노조는 그 배경에 자신들과의 노조관계 및 조직적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 새벽배송 금지의 현실성과 산업 영향
‘새벽배송 전면 금지’가 실제로 가능한 조치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4000억 원에서 2024년 11조 8000억 원으로 30배 가까이 커졌다.
쿠팡 와우 회원 약 1500만 명에 컬리·오아시스·SSG닷컴 등 주요 새벽배송 이용자를 합치면, 심야·새벽배송을 한 번이라도 이용하는 인구는 20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주 7일 배송을 동시에 막아 택배 물량이 40% 줄어들 경우 이커머스·소상공인·택배 산업 전반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 새벽배송 비중은 주요 플랫폼 기준 35~5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고객 재이용률 역시 일반 배송 대비 두 배 가까이 높다.
소비자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새벽배송 이용자의 72%가 “대체 서비스가 없다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응답해, 서비스 의존도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전면 금지 대신 구조 개편 제안…‘균형 해법’ 필요
현재 논의에선 ‘금지’ 그 자체보다는 시간대 조정, 물량 조정, 기준 마련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택배노조도 “필수 품목과 긴급 배송은 주간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주간시간대로 이관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은 “상품·소비자 수요가 이미 ‘새벽배송 표준’으로 고착된 만큼 제한은 신중해야 한다. 인력 확충·근무 설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이번 사안의 핵심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계, 소비자의 편익, 산업의 효율성이라는 세 축을 어떻게 조화롭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노조 간 갈등에서 비롯된 새벽배송 논쟁이 산업 구조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melissa688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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