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낙하산’ 막으려는 자, 어디에 있나.

[서울경제TV=이소연기자] 지난달 설을 며칠 앞두고 한국예탁결제원 서울사옥 정문에 컨테이너가 설치됐다. 컨테이너를 설치한 이들은 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으로, 이들은 컨테이너의 정체를 묻는 기자에게 ‘모피아 낙하산 사장 후보 내정, 즉각 철회하라!’라는 빨간 플래카드를 내걸고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한 차례 부산 본사에서 출근 저지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이명호 사장은 임명됐고 업무를 시작했다. 노조가 그렇게 반대하던 ‘낙하산 인사’가 노조의 용인 속에 다시 반복된 셈이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특히 금융기관 모피아 문제는 매번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인사철이 다가오면 정권은 낙하산을 내려보내고 노조는 항의한다. 이 지긋지긋한 인사의 방식을 바꾸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예탁결제원 노조는 낙하산을 막을 진정한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졌다. 컨테이너가 설치돼 이목을 끈 지 며칠이 지나도록 여의도 예탁결제원 사옥은 평화로웠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부산 본원에 주로 머무르는 노조이기에 여의도가 잠잠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가 막 설치되고 있을 무렵, 투쟁 전개방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조 측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은 미정이라고 했다. 일정과 방식은 정하지 않은 채 일단 설치된 컨테이너. 이는 으레 설치한 상징물 같은 것일까.
예탁원 노조 행동에 아쉬움이 남는다. 노조는 사장 인선이 시작된 이후 몇 차례 대자보를 붙이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고 표명해왔다. ‘카더라’로 떠도는 특정 후보자의 내정설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며 견제에도 나섰다. 노조위원장이 직접 예탁결제원 사장 공모에 참여하는 일도 불사했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가 빠진 듯한 반대 투쟁이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정한 ‘낙하산’의 임명 반복을 막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신임 사장이 임명되기까지 보다 일관성 있고 강경한 태도가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노조의 투쟁은 소극적이었고, 일관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노조의 성명서에서 ‘낙하산 인사는 내부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 내부 문제를 잘 아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말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된 것처럼 반대 투쟁도 으레 반복된 것은 아닐까.
노조가 원한 인사는 누구였을까. 그저 정권에 의해 내정되지 않은 비관료 출신이면 공명정대한 것일까. 정권과 무관한 외부의 인사라면 예탁결제원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가. 혹은 예탁결제원 내부 출신 인사라면 예탁결제원을 누구보다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일까. 과거 낙하산 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온 예탁결제원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로 이번 인사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일반화하고 이를 막으려고 했다면, 구체적인 근거와 체계적인 투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노조는 단 한 차례, 고작 3시간 30분의 신임사장과의 토론회로 “부족하지만 신임 사장의 진정성을 믿고 가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낙하산 논란’을 겪으며 임명된 이명호 신임 사장에 대한 평가는 이제 그의 향후 행보에 따라 내려질 것이다. 이명호 사장과는 별개로, 상징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선듯한 노조의 모습이 아쉬울 따름이다. 모피아를 진심으로 막으려는 자,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wown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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