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채널A 협박취재 논란, ‘신뢰 받는 언론’ 거듭나는 기회로 삼자

오피니언 입력 2020-04-05 16:19:13 수정 2020-04-05 16:19:13 전혁수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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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전혁수 기자] 채널A 기자가 사기 혐의로 수감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제보하라’며 협박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채널A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플리바게닝(감형협상)’을 의미하는 듯한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저널리즘 저해 행위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채널A의 협박취재 논란…국민 공감할 수 있는 취재 절차 만들자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MBC 보도를 종합하면, 채널A 이모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4차례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의 지인 X씨를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제보할 것을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이 기자는 “가족 와이프나 자녀가 마음에 걸리시는 거냐”, “(협조) 안 하면 그냥 죽는다, 지금보다 더 죽는다”, “가족이 나중에 체포돼 가지고 가족이 이렇게(구속) 되는 것보다는 먼저 선제적으로 말씀하시는 게”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


이 기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검찰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 기자는 “제가 그래도 검찰하고 제일 신뢰 관계 형성돼 있다”며 “충분히 검찰과 협의를 할 수 있고 자리를 깔아줄 순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한 검사장과 나눈 전화통화라며 녹취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이 형을 낮춰주는 거래를 말한다. 한국에서 플리바게닝은 불법이다. 이 기자 역시 이 같은 불법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표님이 검찰과 공식적인 딜을 할 수는 없다”며 “저는 80년대식으로 뭘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될 만한 것은 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이 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기자가 검찰의 수사 과정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검찰과 이 기자가 어느 정도의 교감을 갖고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기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집중 취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자가 질문을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언론 본연의 역할이자 의무이다. 이 전 대표가 7,000억원대 불법모집 및 사기 행각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점을 감안하면, 유 이사장이 이 전 대표 관련 회사에 수차례 드나들었다는 점은 충분한 취재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이 취재 윤리다. 취재 대상을 협박하고 회유한 이 기자의 취재방식은 저널리즘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태다. 만약 이 과정에 검찰과의 교감이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민에게 검언유착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한국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바닥에 떨어뜨린 심각한 저널리즘 저해행위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 언론은 이번 논란을 특정 기자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취재라는 이름으로 언론계 일각에서 자행된 갑질 관행을 청산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취재 절차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이를 뛰어넘어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한다는 소명의식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MBC, 이철 무죄주장 그대로 기사화…공영방송 의무 자각해야


이와 별도로, MBC 보도에도 아쉬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과 저널리즘 저해 논란 보도와 별개로 이 전 대표의 무죄주장을 그대로 뉴스로 내보내는 것을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 전 대표는 MBC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저희 밸류는 결단코 사기집단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집단 지성의 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려고 노력한 밸류에게 상은 못 주어도, 모욕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밸류는 기득권 전체의 집중 포화로 죽어가고 있다”며 “다시 조명해서 밸류의 실체를, 진실을 밝힐 기회가 있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터뷰는 MBC 단독기사라는 이름을 달고 그대로 포털에 전송됐다.


그러나 밸류는 명백한 ‘폰지사기’ 업체다. 밸류가 투자금을 끌어모은 대상이 3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적반하장식 주장이 그대로 MBC에 실린 것에 대해 피해자들은 “이철을 옹호하는 거냐”, “MBC가 생각이 있다면 알아서 걸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당장 밸류 모집책들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검찰과 언론 등 기득권의 유착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물론, 서면인터뷰를 그대로 보여주는 의도가 별도로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수만 서민을 울린 범죄자의 무죄주장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히 검증하고 보도 여부를 따져봤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MBC는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wjsgurt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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