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20조’ 중고차 시장 개방…중기부 곧결론

경제·산업 입력 2021-10-01 19:14:47 수정 2021-10-01 19:14:47 정새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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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정새미 기자] [앵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이 2년 넘게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정 부분 합의를 이뤘지만, 매입 방식을 두고 의견차가 여전한데요. 전면개방을 향한 시민단체와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경제산업부 정새미 기자와 짚어봅니다. 정 기자, 나와 있습니까?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중고차 시장 개방이 2년째 지지부진합니다. 최종결정이 이미 여러 차례 밀렸는데요. 그간의 진행 상황 짚어주시죠.


[기자]


국내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습니다. 소상공인 보호 등의 이유로 완성차업계의 진출을 제한한 건데요. 2019년 2월 지정 기간이 끝나며 현대차를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업계가 중고차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만 기존 중고차업체의 반발로 1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정부가 나섰는데요. 당초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를 만들어 업계간 협의를 진전시키려 했지만 중고차 매매업계의 불참으로 무산됐습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6월 협의회를 만들어 완성차업계와 중고차매매업계를 참여시켰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앵커] 하지만 결정까지의 법정시한은 이미 경과했는데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쟁점은 뭡니까?


[기자]


핵심은 완성차 업계의 시장 비율과 개방 단계, 중고차 매집 비율 등입니다. 이중 합의가 된 부분은 완성차 업계가 취급할 수 있는 물량에 대한 내용입니다. 양측은 협의 초기 단계에서 완성차 업계가 전체 물량의 10%만 판매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업계가 제시하는 ‘전체 물량’의 기준이 달랐는데요. 완성차 측은 사업자와 개인 거래 물량을 합한 연간 250만 대로 잡은 반면, 중고차 업계는 사업차 물량만을 포함한 110만대로 제한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취급 가능한 물량이 완성차는 25만대 중고차 측은 10만대로 약 15만대 차이가 나는 겁니다. 결국 이 갈등은 사업자와 개인 거래 물량의 평균을 전체 물량의 기준으로 삼는 걸로 합의하며 마무리됐습니다.


남은 문제는 매입 물량과 보상 방안입니다.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가 제한된 시장점유율 내에서만 매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나머지 매물은 공익 플랫폼을 통해 중고차 업계에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완성차측은 신차 구매자가 기존 자동차를 매입해줄 것을 요청하면, 점유율에 상관없이 매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의 시장 진출로 인한 보상 방안으로 중고차 업체들도 대리점을 개설해 신차를 판매하는 ‘신차 판매권’을 요구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앵커]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입장차가 뚜렷할 수밖에 없는데요. 두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배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우선 국내 중고차 시장은 신차 규모보다 큽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이전등록 대수는 395만대로, 신차등록 대수인 191만대보다 2배 더 많습니다. 연간 중고차 거래액만 20조원으로 추정되는데요.


중고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중고차 시장은 더욱 커진 건데요. 완성차는 ‘코로나 쇼크’로 생산과 판매 급감했지만, 중고차는 온라인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반(Frost&Sullivan)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온라인 거래 규모는 2015년 4,000대에서 지난해 4만여 대로 연평균 59% 성장했습니다. 2025년까지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만 46%에 이릅니다.


[앵커] 그런데 국내에는 20개 이상의 수입차 브랜드도 들어와 있습니다. 수입차는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국내 제조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 매장은 101곳입니다. 수입차 판매 1위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23곳으로 가장 많은데요. BMW가 20개, 미니가 14개, 아우디 11개 등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업체 대부분이 인증 중고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판매량 규모도 큽니다.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은 올해 상반기에만 1만 5000대가 넘는 중고차를 판매했는데요. 성장 추이를 보면, 2017년 약 1만4,000대에서 2020년 2만5,000대로 3년 동안 70% 이상 확대됐습니다. 올해는 연간 3만대 판매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도 국내에서 이번 달부터 중고차를 직접 팔기로 했습니다. 이달 말 홈페이지에 인증 중고차 페이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테슬라가 판매하는 모든 기종이 대상이며, 주행거리 7~8만km 이하 자동차가 주로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진출 결정이 늦어지며 완성차업계의 불만도 클 것 같은데요. 현대차와 기아, 르노삼성, 한국GM 사장단이 한 목소리를 냈다고요?


[기자]


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어제 중소벤처기업부에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관련 조속한 절차 진행 건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 건의문에는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의 사장단이 함께 했습니다. 이들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조속히 위원회를 개최하고 조정을 위한 민간 전문가들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구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이제 정부의 선택만이 남은 상황입니다. 권칠승 장관은 중재 입장을 밝혔는데요. 결과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여론이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에 우호적인 편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며 혼탁하고 낙후됐다고 이유입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대기업 시장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큰 기업들이 진입할수록 허위 매물이나 가격 후려치기 등의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건데요. 최근엔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등 6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가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취지의 ‘범시민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기부는 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인데요. 중고차 업계가 대기업 진출이 영세 사업자들을 고사시킨다고 반발하고 있어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시장 독점이나 시세 조정 행위의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동반성장위원회도 중고차 매매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에는 산업 규모가 크고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도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중기부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결정 기한이 지난 사안인 만큼 중기부가 이달 중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앵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 문제 짚어봤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영상편집 강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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