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말 패가망신 시켜주시나요
[서울경제TV=최민정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사상 최초로 한국 거래소 방문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주가 조작 사건이 이어지는 상황 속, 증권범죄를 단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만난 이 총장은 "한 번이라도 불공정거래를 한 경우에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서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패가망신은 '집안을 무너뜨리고 자신을 망하게 한다는 뜻으로 개인의 잘못이 가족에게까지 미쳐 집을 망가뜨린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주가 조작범을 대하는 당국의 처벌 행태는 이와는 사뭇 달랐다. 주가 조작범 4명 중 1명은 재범이었고, 절반은 집행유예를 받는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자본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면 보통 징역 30년을 내린다. 미국 내 최악의 주식 폰지 사기의 주범이었던 버나드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미국과 단순히 비교해봐도 우리나라가 주가조작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알 수 있다. 형을 집행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범죄 수익금 은닉도 어렵지 않아 심지어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지경이다.
최근 라덕연 게이트, 통정매매, 선행매매 등 곳곳에서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한달 반 사이에 총 13종목이나 하한가를 맞았다.
개인들의 멘토로 자리잡았던 ‘슈퍼개미’, 가치투자를 내세우던 ‘투자카페 운영자’ 뿐만 아니라 증권사 임직원들도 주가 조작에 바쁘다.
상장사와 임직원들이 연루돼 부당이익을 챙겨 수사를 받는 일들이 발생한다. 한 증권사 회장은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하는데, 정말 궁금한 것은 급락 직전에 매도할 수 있는 행운은 왜 그분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일까.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시세조종·미공개정보이용·부정 거래 등 불공정행위를 행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당이득이나 회피 손실액을 계산하는 방법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심지어 불공정 거래의 부당이득 산정에 관한 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런 허점이 지속되면 당국의 의지와는 별도로 증권 금융 범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범죄를 막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주가 조작하고 재수 없으면 걸리고,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주가 조작하면 무조건 걸리고 걸리면 패가망신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뿌리 뽑겠다고 이야기 하는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뿌리는 자라나고 있을 수 있다. 검찰총장의 발언대로 몽땅 뽑아 패가망신 시키는 결과물을 보여줄 때다. /choi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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