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은행 '이동형 점포' 수도권 집중…지방·노령층 금융소외 '여전'
[앵커]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면서도 고령층이나 원격지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 ‘이동형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동형 점포의 수도권 출장이 지방 출장보다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들은 금융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동형 점포를 운영한다고 홍보하지만, 사실은 ‘생색내기’에 가깝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관련 내용 김도하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은행권의 점포 축소 움직임은 이미 오래된 건데요. 은행 지점이 얼마나 사라진 건가요?
[기자]
네.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요. 지난해 3분기 5대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3,931개로 3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 무려 600여 곳이 줄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매년 오프라인 점포가 200개씩 사라진 셈입니다.
올해도 30곳 넘는 은행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5대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현금자동인출기(CD)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5년 만에 30% 넘게 줄었습니다. 최근 3년간 약 4,000명의 은행 직원들도 짐을 쌌습니다.
은행들이 점포 통폐합과 인력 감축으로 판매관리비를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금융 소외’를 겪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감축을 막기 위해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고, 점포 감축을 자제하고, 점포 폐쇄 시 대체 수단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당시 “2020년 이후 600개에 가까운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노인 등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은행들이 줄어드는 점포의 대체 수단으로 다양한 대체 점포를 운영 중이잖아요. 그중에서 이동형 점포를 집중 취재했다고 하는데,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고요?
[기자]
네. 디지털 전환 추세에 따른 은행들의 점포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봤지만, 대안으로 내건 대체점포들이 균형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해 봤습니다.
그중에서 오프라인 공간을 별도로 임대할 필요가 없어, 일반적인 점포 형태와 비교해 은행 입장에서도 유지비용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이동형 점포를 들여다봤습니다.
이동형 점포는 대형버스나 트럭 등 차량을 개조해 금융 단말기와 자동화기기(ATM)를 탑재한 차량형 특수 점포를 말합니다. 기동성과 편의성이 뛰어나고, 은행 입장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탄력적인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대체 점포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점포를 찾기 어려운 곳에서 불편을 겪는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이동형 점포를 파견해 금융 편의를 높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서울 등 수도권 출장 횟수가 지방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안양동안갑)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최근 4년간 이동형 점포 출장 행태가 수도권에 쏠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 작년 9월 말까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이동 점포 출장 횟수를 표로 정리해 봤습니다.
우리은행이 수도권 497회, 지방 181회로 2.74배의 가장 큰 차이를 보였고요. 신한은행은 수도권 162회, 지방 78회로 2.07배, KB국민은행은 수도권 317회, 지방 187회로 1.69배, 하나은행은 수도권 317회, 지방 250회로 1.26배 차이가 났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 출장에 최대 3배가 쏠린 겁니다.
[앵커]
은행들의 이동형 점포 운영 실태에 전문가들과 정계에서도 지적이 나왔다고요?
[기자]
네. 은행들이 특수한 독과점 시장을 누리고 있는 만큼 공적 역할도 균형 있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경제 효율성 논리만 따질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점포 감축의 불편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고령층과 원격지 주민 등의 편의를 위해 이동형 점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의 이동형 점포가 '생색내기용'이 되지 않으려면 점포 운영 현황을 실적으로 발표하고, 금융당국이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해 향후 인허가나 겸용 업무 추진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의 입장도 들어봤는데요. 은행들은 한 번의 출장도 경제적 효율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수요 부분을 감안해 이용자가 많은 수도권 출장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은행들의 점포 감축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는데요. 민주당 민병덕 의원의 경우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인터뷰] 민병덕(민주·안양동안갑) 국회의원
"작년 은행의 순이익이 무려 60조였습니다. 그리고 은행의 시장은 자유경쟁 시장이 아니라 독과점이라는 특수한 시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 기능이 있는 겁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취약한 금융소비자들을 위하는 이동형 점포라든지 이런 것들을 충실히 하는 곳에 대해서는 평가를 좋게 해주고, 다른 조건들을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은행 점포 감축으로 지방의 고령층 등이 금융접근성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인데요. 이동형 점포가 포용하는 금융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균형있게 운영되길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itsdoha.kim@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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