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금감원, '부실 PF 4조' 저축은행에 채찍 들었다
[앵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고삐를 바짝 조이고 나섰습니다. 다음 달부터 6개월 이내에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인데요. 부실 사업장 정리에 지지부진했던 저축은행에 대한 당국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오늘은 금융부 김도하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금융당국이 부실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재입찰 주기를 단축했다고요?
[기자]
금융감독원이 부실 사업장의 경공매 입찰가 조정 주기를 1개월 이내로 단축합니다.
다음 달부터 6개월 이내로 부동산PF 사업장 정리를 마친다는 계획인데요.
금감원은 최근 전 금융권에 ‘유의 또는 부실우려’ 등급에 해당하는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정리계획을 다음 달 9일까지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지침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된 경우, 즉시 경·공매에 착수해야 합니다.
또 공매 진행 기간을 1개월 이내로 하고, 유찰 시 1개월 이내에 다시 공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존에는 유찰 시 재공매까지 기간이 3개월 주어졌는데, 대폭 줄어든 겁니다.
경·공매에 들어갈 경우 6개월 이내로 최종 완료 목표일도 설정해야 합니다.
재입찰 시에는 공매 가격도 반드시 직전 최종공매가보다 낮게 제시해야 합니다.
경공매가 아닌 상각처리를 할 경우에는 상각 결정 이전에 기타 가능한 회수 방법을 시도했는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사유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상각처리가 4분기로 지연될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유를 밝혀야 합니다.
금감원은 재구조화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출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신규자금 추가 공급, 사업용도 변경, 시공사 변경, 자금구조 개편 계획 등 구체적으로 작성토록 했는데, 실행가능성을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당국은 전 금융권에서 재구조화·정리 계획을 제출받은 뒤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다음 달 19일부터 현장점검과 경영진 면담에 나선다고 밝혀,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앵커]
이번 조치를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버티기’에 칼을 빼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금감원은 전 금융권에 이 같은 조치를 내렸지만, 사실상 저축은행 업권에 대한 압박이라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당국은 그동안 저축은행에 경·공매 활성화를 꾸준히 주문해왔는데요. 저축은행들은 PF 사업장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공매가를 시세보다 높게 매겨 유찰시키는 방법 등 사업장 정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저축은행들은 대출 원금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사업장을 팔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경공매 진행이 내키지 않는 겁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진성 매각 논란이 일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3차 PF 정상화 펀드 조성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저축은행들은 당국의 PF 정상화 대책에 따라 부실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정상화 펀드를 자체적으로 조성해왔는데요. 저축은행 업계가 조성한 펀드에 출자한 저축은행과 펀드에 부실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이 80%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금감원은 일부 저축은행이 PF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대신 펀드에 잠시 ‘파킹’ 해두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벌려고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보고 펀드 조성에 제동을 건 겁니다.
금감원은 최근 경공매 입찰가 조정 주기를 단축하는 지침을 내린 데 대해, 올해 200여건의 경공매가 진행됐지만, 낙찰 건수가 저조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당국의 이번 조치로 저축은행에 대한 압박이 커졌지만, 지금까지 버텨온 저축은행들이 당국 의도대로 당장 부실 사업장을 쏟아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싱크] 김용진 /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지금 당장 PF에 가장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은 저축은행들이니까 빨리 좀 털어야 될 건 털고 가야 되는데 이제 못하고 있는 거니까…미국 금리도 인하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떠안고 온 손실이 얼마인데 지금 당장 그걸 털어내겠느냐 이런 우려는 좀 있을 것 같아요.”
[앵커]
최근 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PF 사업장 평가 기준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정리해야 할 부실 사업장이 배로 늘었다고요?
[기자]
저축은행이 경공매로 처리해야 하는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이 당초 예상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장 평가 기준을 개정했는데요. 이 기준으로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PF 사업장을 분류한 결과, 경공매 처분해야 하는 부실 사업장 규모가 예상보다 2배 늘어난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업장들은 대출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했거나 최초 대출 만기가 1년이 지나도록 인허가를 받지 못한 곳들입니다.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는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 4단계로 평가되는데요. ‘부실우려’는 최하위 등급 사업장으로, 경공매를 통해 정리해야 하는 사업장입니다.
부실 사업장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금리 여파 등으로 부실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 규모를 전체의 5∼10%, 경·공매가 필요한 사업장은 약 2∼3%로 추산한 바 있는데요. 당국은 전체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 규모는 비슷하지만, 경공매 대상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이번 조치로 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과감히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싱크] 한재준 /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지금까지는 아예 그냥 다 무조건 살려주기였다면 점진적으로 지금 조정을 한다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강도만 좀 높이면 몇 개 정도 문 닫는 걸 거라고…”
[앵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로 부실 PF사업장의 정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 지켜 봐야겠네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금융부 김도하 기자였습니다. /itsdoha.kim@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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