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350억 부적정대출 재발 막는다…여신 프로세스 손질
금감원 은행권 공동 여신 프로세스 개선 착수
금융사고 양태 변화…공동 대응 필수
당국 "은행권 논의·구체화 작업 거쳐 연내 확정"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350억원 규모 부적정대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여신 프로세스 보완 필요성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여신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하는 방향의 TF 회의를 열고, 프로세스 손질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여신 프로세스 개선 착수
금융감독원은 3일 박충현 은행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11개 은행과 은행연합회가 참석한 여신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여신 프로세스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당국은 현 여신 프로세스상 취약점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모범규준 개정안을 연내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신 프로세스 개선과제는 총 3개 영역으로 나뉜다. 먼저 여신 증빙 서류의 진위 확인 절차 강화다. 그간 은행 내 여신 취급 직원은 고객이 제출한 서류를 위변조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저질러온 점 등을 바탕으로 나온 조치다. 예를 들면, 소득 재직 서류를 제출할 경우, 공공마이데이터 확보를 원칙으로 바뀐다. 또 고객이 제출한 서류는 발급기관을 통해 재확인을 거쳐야 하는 과정을 의무화하고, 계약서상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사항들의 누락, 오기 여부도 검토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담보가치 산정과 검증 절차도 개선된다. 그간 은행 내 할인 분양된 부동산 자산을 원분양가 기준으로 감정평가해서 담보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일이 감사를 통해 적발된 바 있다. 당국과 은행권은 앞으로 담보가치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자체 담보평가를 강화하고 본점 심사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임대차계약 진위 확인도 강화되고, 용도외유용 사후점검 기준도 보완된다. 공실, 낮은 임대료 등 임대차계약 내용과 다른 사실이 발견되면,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재산정하는 등 사후관리가 한층 강화된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11월 발표한 내부통제 혁신방안과 연계해 후선부서의 여신 프로세스 점검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선과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은행검사 1국장을 반장으로 은행검사 1·2·3국 내 실무자, 기관별 실무자 등이 참석하는 실무작업반 회의를 진행한다. 은행권 논의와 개선방안 구체화 작업을 거쳐, 최종 개정안을 연내 확정하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여신 프로세스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사고 양태 변화…은행권 공동 대응 필요
금감원은 이번 TF 회의를 개최한 배경으로 은행권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꼽았다. 최근 금융사고를 보면, 기존 여신 프로세스 허점을 잘 아는 내부직원이 승진, 투자 등 개인적 동기로 부적정대출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규모도 대형화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100억원 초과 은행 영업점 여신사고가 지난 5년(’19~’23)간 1건(150억원)에 불과했지만, ’24년(1~8월) 중 7건(987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했다. 금감원은 또 점포와 인력 축소에 따른 영업점 직원의 업무부담 증가가 자체 내부통제상 취약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 작업 효과 있을 것"
금융권에서는 이번 여신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대부분 은행 영업점 내 개인적 동기, 일탈로 벌어지는 금융사고의 경우 시스템을 통해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350억원 부적정대출이 여신 프로세스 개선 필요성에 불을 지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의 현장검사를 통해 드러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350억원 부적정대출 사례를 들여다보면, 서류 진위 여부 확인 누락, 담보 가치 없는 담보설정과 보증여력 없는 보증인 입보, 본점 승인 없이 지점전결로 임의처리한 부적정대출로 유형이 정리된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D법인은 대출신청시점에 완전자본잠식상태였지만 우리은행은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가용가액이 전무한 부동산 담보 설정 등을 근거로 해당 법인 신용도를 상향 평가해 2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한 바 있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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