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김춘학] 이야기가 끓는 도시,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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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10-11 11:54:35
수정 2025-10-11 11:54:35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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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짬뽕페스티벌

가을이 오면 군산은 다시 끓기 시작한다. 백년광장과 장미동 짬뽕특화거리에는 불길이 오르고, 매운 향이 바람을 타고 도시 곳곳으로 퍼진다. 누군가는 국자를 들고, 누군가는 카메라를 든다. 짬뽕이 끓는 그 자리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끓는다.
짬뽕은 단지 한 그릇의 음식이 아니다. 1900년대 초, 군산항을 통해 들어온 화교 이주민들이 낯선 재료를 섞어 만든 생존의 요리이자, 이 도시가 품은 다양성의 시작이었다. 그 불길이 꺼지지 않아 오늘의 짬뽕이 되고, 그 기억이 이어져 지금의 ‘군산 짬뽕 페스티벌’이 태동했다.
축제의 풍경은 언제나 활기차다. 불맛이 솟고, 국물이 넘치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인다. 각양각색의 짬뽕이 한자리에 모이고, 셰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군산을 표현한다. 누군가는 고기 짬뽕의 진한 맛으로, 누군가는 해물 짬뽕의 시원함으로, 또 다른 이는 비건 짬뽕으로 이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 뜨거운 현장은, 단순한 음식 축제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가 함께 끓는 군산의 현재다.

따라서, 이 축제의 진짜 주인공은 음식이 아니다. 그 한 그릇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그 맛을 나누는 시민과 방문객이 주인공이다. 이주민과 토박이, 청년 창업가와 노년의 상인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도시의 국물을 진하게 만든다. 이야기가 모이고, 향이 섞이며 군산은 음식의 도시를 넘어 문화다양성의 도시로 익어간다.

▲ 김춘학 로컬리스트
·다이룸협동조합 이사장
·다이룸문화예술교육연구소 대표
·군산시 정책자문단 위원
·다문화사회전문가
·문화기획자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취재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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