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부동산 자산 리모델링 하기
오피니언
입력 2017-11-10 00:00:00
수정 2017-11-10 00:00:00
SEN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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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가나 한 채 사려고 해."
금융권 구조조정 바람이 휘몰아친 지난 겨울 저녁, 모처럼 광화문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난 대학 선배 A는 대뜸 상가 얘기를 꺼냈다. 그는 증권사의 PB센터장으로 명예퇴직하면서 억대의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았는데, 그 돈과 저축금을 합쳐 상가를 구입하기 위해 요즘 다리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과 펀드 투자에서 나름대로 탄탄한 입지를 쌓았던 A로부터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의외였다. 내로라하는 금융전문가인 만큼 노후 자산을 대부분 금융상품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A는 "쌈짓돈이라면 모를까 목돈 대부분을 변동성이 큰 금융자산에 투자하기에는 솔직히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식사가 끝난 이후에도 선배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문득 ‘심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심리적인 요소를 빠트리고선 제대로 된 노후 자산 재설계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금융자산보다는 수익도 낮고 효율적이지는 못하지만 마음은 편할 수 있다.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아도 되고 실물자산이니 태풍이 불어와도 허공으로 사라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수시로 흔들리는 사람에게 비환금성 자산인 부동산은 재산을 지키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부동산이 이처럼 나름대로 효용이 있으니 선배의 선택은 어찌 보면 현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어 부동산은 무조건적인 배척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사랑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섣부른 부동산 투자는 당신을 언제든지 배반할 수 있어서다. 하우스 푸어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부동산은 당신을 영원히 지켜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식이나 채권은 안전한가. 테마주나 작전주 같은 주식에 손을 댔다가 돌이키지 못할 후회를 하는 사람이 주위에 어디 한두 사람인가. 안전한 고수익을 안겨주는 마법의 상품은 지구상에 없다.
그동안 은퇴세대를 많이 만나보면서 그들의 생생한 투자 성공담과 실패담을 들었다. 이를 통해 느낀 점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황금법칙은 없다는 것이다. 특정 자산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자신의 성격, 스타일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짜는 게 지혜롭다는 것이다.
첫째, 조급증에 빠지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더 늙기 전에 재산을 불려야한다는 ‘빨리 빨리’ 생각이 실패를 부른다. 월세 받기를 위한 부동산 자산 재설계는 돈이 어느 정도 모이는 퇴직 무렵으로 늦추는 게 좋다. 월세는 월급이 나오지 않을 때 받는다는 생각을 하라. 주택 다운사이징, 주택연금 가입, 전원 생활하기 역시 충분한 검토를 거쳐 판단하라. 너무 서두르는 것보다 한 템포 늦추는 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다. 또 아파트를 통해 노후 준비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가격이 수시로 출렁일 것이므로 느긋하게 저점 매수한다는 생각을 가져라.
둘째, 부동산에 대한 인식을 바꿔라. 저성장시대인 만큼 부동산도 과거처럼 무차별적 상승은 힘들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최선보다는 차선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고수익보다는 보험으로서 인식할 때 마음이 편하다. 말하자면 부동산은 다 털리는 것을 막는 유효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부동산은 투자보다는 필요로 구매할 때 여유와 편안함을 안겨줄 뿐 만 아니라 가격 스트레스도 덜 겪게 된다. 어느 시장이든 예측가의 전망은 대체로 적중률이 떨어지므로 부동산시장 역시 전망보다는 대응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셋째,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나만의 자산 재설계 전략을 짜라. 100점짜리 모범답안을 추구하기보다 실행 가능한 80점짜리 답안이 더 나을 수 있다. 위만 쳐다보면 왠지 자신이 초라해지고 주눅이 든다. 남의 답안을 부러워하지 말고 내 형편에 맞는 최적의 안을 찾는 게 더 현실적이다. 1톤의 장밋빛 청사진보다 1g의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정도는 현장조사 등을 거쳐 스스로에게 제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필요하다.
넷째,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이분법적인 구분을 지양하라. 물리적인 분류법보다는 통섭의 관점으로 현금흐름이 잘 나오는 지 여부에 따라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현금흐름)만 잘 잡으면 되는 법이다. 현금이 잘 나온다면 나이 들어 부동산을 줄일 게 아니라 늘려도 좋다. 또 하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구분하지 말고 안전자산이면 늘리고 위험자산이면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좋을 것이다. 안전자산은 마음이 편안하고 신경이 덜 쓰일 뿐만 아니라 두 다리 쭉 뻗고 잠들 수 있는 상품이다.
자신의 정확한 성격과 심리 파악이 자산관리 성패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상 계획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짜놓고도 행동은 감정적으로 하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처음 자산관리 계획을 짤 때부터 충동적인 행동을 차단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만드는 게 현명할 것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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