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의 재탄생

오피니언 입력 2017-12-11 12:35:17 수정 2017-12-11 12:35:17 SEN뉴스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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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도대체 집이란 무엇인가. 우리 세대의 집의 의미는 아버지 세대의 집의 의미와 너무 달라졌다. 언제부터인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내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재테크 행위가 되었다.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 상품을 매입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내 집 장만은 잦은 이사 없이 온가족이 편히 살 수 있는 삶의 안식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1960~1970년대 대문 옆 단칸방에 세 들어 살았던 수많은 무주택 가장들은 집을 통째로 빌리는 ‘독채’를 갖는 것이 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가옥구조를 보면 부엌을 빼고는 모두 집주인과 세입자가 공동으로 사용했다. 전기, 수도를 같이 쓰다 보니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왜 물을 많이 쓰느냐’, ‘왜 밤늦게까지 불을 켜놓고 있느냐’며 잔소리를 해댔다. 신분사회가 사라졌지만 집주인은 여전히 상전이었다. 세입자들의 간절한 바람은 집주인으로부터 사생활 간섭을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사는 것이었다. 삶의 안식처를 마련한 이후 가격이 오르는 것은 덤으로 얻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의 기능에서 본말이 전도됐다. 삶의 거처로서 ‘살기 좋은 집‘보다는 ’팔기 좋은 집‘이라는 자산 개념이 주택구매의 결정 요소가 된 것이다. 집이 돈을 벌기 위한 욕망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물질과 욕망이 최고의 가치로 숭상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집의 의미도 퇴행적으로 변한 것이다. 결국 요즘은 집을 삶의 안식처인 홈(home)이 아닌 투자재인 하우스(house)로 본다는 것이다. 집이 하우스가 되는 순간 집은 행복을 안겨주지 않는다. ‘제로섬 게임’이기 마련인 부동산 투자에는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실패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집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행복을 거꾸로 찾았다. 이제라도 집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집에 대해서는 하우스보다 홈의 ‘비중’을 높여야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야 또다시 집 때문에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베이비 부머들이 겪은 비극도 반복되지 않는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있어도 홈 푸어(Home poor)는 없는 법이다. 집을 사고 파는 대상인 하우스로 보게 되면 하우스 푸어는 언제든지 다시 태어난다. 이제는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격보다는 환경과 가치를 소비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 아파트를 살까, 단독주택을 살까 혹은 재건축 아파트를 살까, 일반 아파트를 살까 하는 집 선택 고민의 기준은 재테크보다는 행복이어야 한다. 내 가족 모두 집에서 행복을 얻는 것, 그것이 집에서 얻는 최상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부동산시장에서 진정한 ‘가치 추구자’가 되어야 한다. 김윤영 장편소설의『내집 마련의 여왕』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집이란 건, 삶과 연동된 작은 일부 일뿐, 우리 삶이 변하면 집의 가치도 변할 것이다.” 홈으로서 집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집을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행복을 찾는 공간으로 바꿔나간다면 집의 가치도 달라질 것이다. ‘홈의 재탄생’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찌 보면 부동산 힐링은 부동산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바꾸는 것부터 출발할 지 모른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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