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속 성희롱 매뉴얼 조차 없는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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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09 18:43:02
수정 2018-03-09 18:43:02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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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며 성폭력 피해를 고소하는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문제를 해결할 창구를 갖추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성희롱 관련 매뉴얼 조차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다수입니다. 보호 받을 길이 없는 건데,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 성폭력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김혜영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중소기업에 재직하던 A양은 참담한 일을 겪었습니다.
회식자리에서 팀장이 손을 잡고 허리를 감싸는 등 성희롱을 당한 겁니다.
한두 번은 그냥 넘겼다는 A씨. 그러나 연애를 하자는 등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한 B 씨에게 지쳐 결국 회사에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용기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혔지만 돌아온 건 무시와 배제, 퇴사종용이 다였습니다.
[인터뷰] A양 /성추행 피의자
“대기업이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겠지만, 저희 같이 작은 회사는 매뉴얼은 커녕 말할 곳도 변변치 않거든요. 너무 수치스러웠지만 회사에 겨우 이야기를 했는데, 도리어 제 행실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별다른 조치도 없고 저는 눈치만 보다가 퇴사를 했어요. 도저히 그 사람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들어서… ”
실제 중소기업은 성희롱 관련 매뉴얼 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입니다.
변변한 상담 창구조차 없는 겁니다.
[인터뷰]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률이 높고 사업장에서 상사나 사장이 직접 가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직장 내 성희롱은 이렇게 금지되어 있고, 사업주가 이것을 예방해야 하고, 가해자에 대한 징벌조치를 해야 하고 이런 걸 알고 있는 사업주도 별로 없고요. 본인은 정말 이 일로 인해서 이 직장을 다닐 수 없는 상태인데, 이것에 대한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제도라거나 구제제도라거나 이런 게 없는 거죠.”
대기업들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성희롱 신고가 들어오면 곧 바로 진상 조사위를 꾸리고 여성 변호사를 꼭 포함 시켜 피해가 인정되면 가차없이 가해자를 퇴사시킵니다.
이처럼 대기업은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열악한 환경 속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겁니다.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사내 성폭행 대책으로 47명의 전담 근로감독관을 두고, 성희롱 예방교육 책자를 구비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5월부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입니다./김혜영기자 hy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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