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듯 방북 카드 꺼낸 시진핑…북미·미중협상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소식이 공개적으로 날아든 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 주석과의 무역담판을 열흘여 앞둔 시점이다.
방북 시점을 저울질해온 시 주석이 무역전쟁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을 앞두고 전격 방북 카드를 꺼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각각 북한 변수와 중국 변수 추가로 좀 더 복잡해진 미·중 무역협상 테이블과 북미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매체와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20∼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하면서 발표시점을 한국시간 17일 오후 8시(미국 동부 현지시간 17일 오전 7시)로 택했다.
보통 북한은 중요 소식을 오전 6시 배포되는 조선중앙통신 기사로 알린다. 북한과 중국이 시 주석의 방북 발표 시점을 정하면서 미국 시간대를 고려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시 주석 방북 발표를 받아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과의 G20 대면을 일주일 앞두고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그다지 반갑지 않을 수 있다.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G20 무역담판을 별러왔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을 강하게 압박해 미국에 유리한 무역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인 것으로 예상됐다.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재선 도전을 선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다음 주 열리는 G20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로 이끌고 이를 중대 치적으로 내세우며 재선가도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기대도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시 주석이 방북 카드를 꺼내 들며 북한이라는 협상 지렛대를 추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순조롭게 현실화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더구나 시 주석과 G20에서 만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공언에도 중국은 G20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확인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애를 태워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G20 목전의 방북을 통해 북미협상에 존재감을 키우고 미·중 무역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시 주석의 의도가 북중정상회담을 거치며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연말로 시한을 설정하며 ‘새 계산법’을 미국에 압박해온 상황에서 북한이 시 주석의 방북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통해 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고 ‘미국이 오판할 경우 새 길을 가겠다’는 올해 신년사의 경고를 상기시키며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방북과 G20,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등 중대 외교일정이 연달아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시 주석이 북미협상 교착 돌파를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행보를 지켜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은 다소 복잡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북중정상회담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지던 일련의 상황을 고려하면 시 주석의 방북 역시 재개 전망이 어둡던 북미협상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미국 내에 북한과의 협상 지속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 편에 전달될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메시지에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에게 최근 친서를 받는 등 정상 간 소통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시 주석의 가세라는 중대 변수가 등장한 만큼 이를 계기로 전개될 북미협상의 향방을 민감하게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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