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일본 자민당의 세습 정치

오피니언 입력 2020-01-29 12:47:12 수정 2020-01-29 12:47:12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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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환 박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한국에서의 세습 의원 인식


지역구 세습 비판을 받아오던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민주당 경기 의정부 갑 상임부위원장이 지난 23일 출마를 포기했다. 문 부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미련없이 제 뜻을 접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문 부위원장 문제를 두고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공정이라는 개념과 직결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부모가 현재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에서 그 다음 임기에 바로 그 자녀가 같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당 지도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결국 문 부위원장 본인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과정은 한국에서의 정치 세습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정당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일본에서의 세습 의원 인식


자민당 인사 시스템에는 큰 특징이 있다. 이는 당선횟수에 근거한 연공서열 시스템, 그리고 잠재적이며 진행이 더딘 경쟁을 기본적인 규정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즉, 전후 일본의 많은 기업과 행정관료제에서 채용된 제도와 상당이 유사하다. 직위배분에 있어서 자민당 내부의 파벌이 중요한 단위이면서, 권력투쟁의 주체이며, 자민당 중요 지위와 정부(대신大臣/부대신副大臣/정무관政務官). 국회 상임위원장이 직위를 순차적으로 경험하게 하면서 Generalist의 육성을 꾀한다는 특징이 있다.


자민당의 연공서열에 기초한 인사 시스템에서 연공의 기준이 되는 것은, 연령이 아닌 당선횟수이다. 예를 들어, 당선 5회부터 국회 상임위원장 직위에 오를 수 있고, 당선 6회부터 대신에 취임하는 경향이 짙다. 그리고 첫 입각까지는 연공서열의 질서가 강하게 작용하지만, 입각 후의 대우에는 차이가 크다. 계속해서 대신에 취임하거나 당의 중요 직위에 취임하며 실력자로 성장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대신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후 아무런 직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평의원으로 은퇴하는 경우도 있다.

초선부터 5선까지, 20년간 경쟁이 있으나, 결과로서의 차별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연공시스템을 마친 시기에 70대인 경우와 40대인 경우는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치생활을 시작하는 2세의원이 자민당 인사 과정에 있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요즘 일본 뉴스를 보면 자주 이름을 접하게 되는 자민당 실력자 대부분이 2세의원인 것은 이러한 인사시스템과 관련이 깊다.

그렇다면 일본의 유권자는 세습의원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하는가? 전체적으로 그렇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세습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긍정적 의견보다 항상 많은 편이며, 이를 의식한 자민당 내부에서도 세습의원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곤 한다. 그러나 전체 의석 중 40% 정도가 세습의원인 자민당 내부에서 세습의원에 대한 제한은 소수의견에 불과하고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한다. 또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유권자라 할지라도 선거구 내에서 유력후보자는 세습의원인 경우가 많아 부정적 인식을 하는 유권자가 세습의원에게 표를 던지는 묘한 상황이 자주 펼쳐지게 된다. 즉, 일본 유권자는 세습의원은 싫지만, 그들에게 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구조 안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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