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국제유가 붕괴…유류세 인하에 나설 시기
[서울경제TV=배요한기자] 국제 금융시장에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한 자리 수까지 떨어진 데 이어 마이너스라는 미지의 영역까지 내려간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국내에서는 증권사 HTS가 마이너스 값을 인식하지 못하는 전산오류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친 탓이다. 미국과 사우디,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도 한몫했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폭락에 폭락을 거듭한 국제유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1월2일) 두바이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각각 배럴당 66.15달러와 61.18달러에서 4월 21일에는 19.07달러, 11.57달러로 폭락했다. 무려 71.17%, 81% 떨어진 수치다. 반면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은 1560원에서 1,301원으로 소폭 내리는데 그쳤다. 국제 유가는 70% 이상 폭락했으나 국내 휘발유 가격은 16.6% 밖에 떨어지지 않은 셈이다.
국제유가의 유례없는 폭락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국내 기름값과 국제유가 간 괴리가 크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 가격은 △유류세 △정유사 공급가격 △유통비용 △주유소 마진 등이 합해져 결정된다. 정유 업계에 따르면 전체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 비중이 무려 60%에 달하는 반면 원유가격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류세는 정부가 경유 등유 등 유류 소비를 경기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지난 2009년 도입된 정책이다.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경제는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실업 대란과 소비 위축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석유는 에너지원 이외에도 플라스틱, 의류, 의약품, 전기전자 제품 등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 중요한 원재료다. 정부는 생활비 지원금 이외에도 소비 진작과 기업들의 원가 절감을 위해 유류세를 대폭 낮추는 등 선제적 대응 정책에 나설때가 아닌가 싶다. /b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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