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로나19 석 달, 바이러스가 남긴 교훈
[서울경제TV=이소연기자] 잠잠해지는가 싶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태원발 확산으로 인해 다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끝 모르고 길어지는 바이러스 확산에 이제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가 복귀하게 될 일상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증권가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남긴 수많은 변화들이 증권가의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 투자자의 증가’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며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는 사이 20여 년 만에 급락한 장은 새로운 투자처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국민주로 등극했고,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전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40~50대 여성을 타기팅(Targeting)해 마케팅을 펼치는 증권사도 나왔다.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점도 코로나19에 따른 변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과거 시장을 이끌던 주도 섹터 반도체 등 외에 ‘언택트(Untact)’ 관련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다. 결제서비스나 화상회의 시스템, 유통업체, 미디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급격히 부상하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변화를 만들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언택트 관련 종목들이 주목받는 흐름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성혜 한화자산운용 에쿼티리서치 팀장은 지난달 온라인 간담회에서 “언택트 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았던 고령층 고객의 새로운 유입을 주목해야 한다”며 “새로운 고객층이 된 고령층의 소비가 산업 성장에 일조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흔들린 시장은 개인투자자에게도 증권사에도 교훈을 남겼다. 먼저 개인투자자의 경우, 신중하지 못한 투자의 결과는 ‘빚더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체감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은 위탁매매 규모가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빚투(빚내서 투자)’가 극성이었다. 문제는 빚투가 급락장에서 더 큰 빚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단순히 급락장의 반등 흐름을 타려던 투자자들의 실패였다. 반대매매와 위탁매매와 관련해 쏟아진 수많은 언론 보도들, 개인은 다시금 무지한 투자의 위험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증권사의 경우, 이번 코로나19 시기가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체감한 시기였다. 급증한 개인 투자자로 인해 먹통이 된 HTS를 경험하기도 했고,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원유는 거래 시스템 오류를 야기했다. 특히 원유 선물 마이너스 호가의 경우, 당시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던 타 증권사 관계자로부터 “마이너스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리 청산하지 않았으면 어느 증권사나 경험했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마이너스 호가 오류는 시스템의 문제가 발생한 증권사에게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증권사에게도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코로나19를 딛고 일상으로 복귀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다시 돌아오는 일상이지만 이전과 달리 꽤 많은 것이 변해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변화도 있을 것이고, 코로나19로 인해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모든 변화들이 시장이 한 걸음 더 나아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wown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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