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자 나라의 백신 민족주의, 한국은 어쩌나
[서울경제TV=양한나기자]
세계 각국이 너도나도 코로나19 백신 선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강대국들이 백신을 독과점하려는 현상을 두고 ‘부자 나라’의 ‘백신 민족주의’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미국은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로부터 렘데시비르의 7월~9월 생산량의 90%인 50만명분을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개발자금을 지원한 미국부터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의 최고경영자를 만나 독점적 권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은 지난 5월 초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에 6억5,500만유로(8,851억원)를 지원하고 1억명분의 백신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도 ‘백신 동맹’을 맺어 지난달 13일 아스트라제네카와 4억명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웃 나라인 일본 역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협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와 개발 중인 백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개발이 진행되는 코로나19 백신 중 하나로, 선진국들은 이들이 임상시험을 완료하기 전부터 계약에 나서고 있다. 다이이치산교바이오테크, KM바이오로직스, 메이지세이카파머 등 일본 제약사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원액을 받아 일본 내 공급을 담당할 계획이다.
이 소식을 전한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현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백신 양산에는 특수한 탱크가 필요하지만, 대형 탱크를 보유한 공장은 세계적으로 숫자가 제한돼 있어 탱크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한다. WHO가 저개발 국가와 비균형적 백신 확보를 우려해 “백신이 현실화하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제 살길을 찾기 위한 각국의 백신 선점 경쟁, 자국민 우선권 제공 등을 막을 수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백신 민족주의를 거부하고 나섰다. 정 총리는 지난달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국은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라며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가 모든 이들에게 접근 가능토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 백신 열세 국가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백신 사전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정부가 전날 발표했듯 최근 국내 수도권을 벗어나 충청·호남권 등 비수도권으로 감염이 지역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유행이 커질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의 비율이 상승하는 점도 위험 요소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H1N1)가 유행했을 당시에도 백신은 7개월 만에 개발됐지만, 고소득 국가들이 초국적 제약회사와 독과점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전체 사망자 28만명 중에 51%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나왔다. /one_shee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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