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금은 '영끌 시대' 이보다 불행할까
[서울경제TV=설석용기자] 우리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청약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 비싼 동네를 피해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6억 원을 웃돌고 있는 서울 내에선 어딜가나 집 장만은 쉽지 않다. 그래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영혼을 끌어모아야 한다.
전세시장까지 크게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전셋집 마련을 위해 '영끌'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면에서 가능한 대출을 모두 받고,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돈으로 집을 장만했다면 일단 성공이다. 끌어모은 영혼이 남들보다 센 것인지, 많은 것인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맞는 지는 모르겠다.
집을 장만하기 위해 영혼을 들먹이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의무라는 인식도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 하다. 이미 치솟은 집값에 주변 자금을 총동원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혼란스런 부동산 시장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안 보이는데, 일반 사람들은 평생 월급을 다 받칠 각오만 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집 사는 데 부족한 돈을 빌려줘 살면서 갚도록 해준다면 그건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은행 대출마저 옥죄고 있다. 과도한 대출을 방지하는 건 더 큰 위험을 우려한 정부 조치다. 일단 집을 사고 보려는 국민심리가 잘못된 것일까 이렇게 불안하게 만든 정부의 책임인가. 결과적으로 평생 월급을 받칠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게 됐다.
정부는 주택규제와 공급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물론 규제의 비중이 훨씬 더 많다. 발표된 대책이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기도 힘든 수준이다. 23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전세대책에 대해 응답자 절반 이상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긍정적 답변은 39.4%에 그쳤다. 이 결과는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것이다.
참 불행한 시대인 것 같다.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이 집 걱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영혼을 끌어모아 꿈과 희망을 펼치는 건 사치요, 내 집 마련에 올인하고 있다.
'집 문제만 없으면'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요즘 시대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규제를 너무 앞세우다보니 숨쉴틈도 사라져 간다. 국민들이 이집저집 고를 수 있는 행복한 선택지를 만들어줄 순 없나. 정부가 가장 큰 과제로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joaqu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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