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욱의 반도체 교실]① 현대 사회와 반도체
사자성어 중 설상가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안 좋은데 더 안 좋은 일이 겹쳐 일어나는 상황으로, 좋은데 좋은 일이 겹치는 금상첨화와는 반대 상황이다. 우리의 일상은 설상가상과 금상첨화의 연속인데 보통은 조화롭지만 때로는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섭기도 하다.
반도체는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싫어하는 분야이다. 내용이 어렵고 첨단 분야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용을 위해 발명된 도구인데 반해, 반도체는 사람들이 사용하리라 생각하고 만들어진 물질이 아니다. 전기를 통하는 특성인 전도성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적당히 전기를 통하는 도체(반도체)라는 물질을 이용하고 잘 달래서 문명에 이용하려 보니 어려운 꼼수가 다수 등장한다.
이러한 반도체 분야는 잘 들여다보면 상당히 역동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꼼수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기발한 아이디어와 해석으로 레벨업 시킨 다수의 영웅과 고수가 등장하며 그들이 만든 비밀기술을 전수받는 재미로 가득한 곳이며, 첨단 중의 첨단 기술을 필살기로 사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반도체가 뉴스에 많이 나오는 시기도 드물 것이다. 화웨이 통신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의 보안 문제로 반도체 관련 이슈가 시작되었다가, 그 후 팬데믹에 따른 사회격리로 컴퓨터 노트북 등 IT기기가 수요가 폭증하였고, 그 결과 차량용 반도체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발전하였다. 일이 점점 꼬여가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아무나 생산할 수 없는 반도체의 전략적인 가치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고, 세계 강국은 반도체를 확보해야만 할 기술로 인식하게 되었다. 한때 강대국으로 인정받던 러시아의 경우만 하더라도 반도체 인프라가 없어서 미래 산업으로의 도약이 어려운 것을 보면 반도체가 미래 산업의 필수인 것은 맞는 것 같다. 현대 디지털 사회는 반도체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반도체 산업과 디지털 산업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 중이다.
디지털 사회로 일컬어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기록이 되는 사회다. '데이터가 돈이다'라는 명제와 기업마다 데이터 담당임원을 임명하여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설득력과 진지함을 얻고 있다. 옛 기준으로 보면 황당할 이야기이지만 지금은 옛날이 아니니까.
IBM의 예측결과에 따르면 이미 2020년에 하루에 200억 기가비트(20,000,000,000,000,000,000 비트)씩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그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니,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막대한 데이터는 데이터센터에 기록된다.
우리나라에도 춘천, 세종, 죽전, 서울 등에 데이터센터가 증설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만드는데 서버 (컴퓨터), 통신설비, 전력 및 환경 유지 장치 등이 필요한데, 이 중 서버(컴퓨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만들어지는 초거대데이터센터에는 10만대 이상의 컴퓨터 서버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 규모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데이터센터에 많은 컴퓨터가 사용이 된다는 것은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다.
2018년 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 기업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1위를, SK하이닉스가 3위를 한적이 있는데 이 역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른 메모리 수요의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데이터의 저장에 있어서도 예전에는 하드디스크를 이용한 저장매체가 주였다고 하면, 지금은 그 중심이 반도체 중심의 SSD(solid-state drive)로 이동하는 중이라 반도체의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다.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는 분기당 30%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니, 이미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선 지금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는 꺾을 수 없는 대세라 할 수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이 꼭 나와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설상가상 상황인 현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 반도체가 선전하여 우리나라에 충분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며 세계의 선도하는 기술로 발전되는 금상첨화의 상황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범진욱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범진욱 교수는...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현 반도체공학회 고문
반도체공학회 전임 회장
ISCAS 2021 조직위원장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 [대박땅꾼의 땅땅땅] 왜 토지투자를 할까? 목표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 [대박땅꾼의 땅땅땅] 토지투자의 원리, 정부 정책을 따라간다
- [이지연의 스마트 스피치] 자발적 IR커뮤니케이션 활동의 필요성과 효과
- [대박땅꾼의 땅땅땅] 토지투자의 원리, 사람에 투자한다
- [대박땅꾼의 땅땅땅] 토지투자의 원리, 1시간에 투자한다
- [대박땅꾼의 땅땅땅] 무모한 도전이 될까, 위대한 도전이 될까?
- [대박땅꾼의 땅땅땅] 꼼꼼히 준비해야 하는 지목변경
- [대박땅꾼의 땅땅땅] 기획부동산을 조심하자
- [기고] 국가인재생태계 개혁 없다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
- [대박땅꾼의 땅땅땅] 3,000만 원짜리 토지 투자
주요뉴스
오늘의 날씨
마포구 상암동℃
강수확률 %
기획/취재
주간 TOP뉴스
- 1경기 이천시, ‘경기형 과학고’ 예비 1차 합격
- 2대형 SUV 신차 출시 ‘봇물’…車 트렌드 바뀔까
- 3탄핵정국 속 농협금융·은행 인사 고심…수장 교체 가능성
- 4후판가격 협상 해 넘어가나…3개월째 ‘공회전’
- 5LG전자 조주완 “위기는 위험과 기회…최악 상황 대비"
- 6셀트리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테키마’ 美 FDA 허가 획득
- 7“고물가에 사전예약 증가”…유통가, 설 채비 ‘분주’
- 8건설현장 30%는 외국인…“AI로 소통장벽 허물어요”
- 9새해에도 먹거리 부담…이온음료·커피·우유 가격 오른다
- 10당근책 잃은 밸류업…일제히 '파란불'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