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풀고 대손충당금 쌓고…설 앞두고 분주한 은행권

증권·금융 입력 2024-02-08 11:02:38 수정 2024-02-08 11:02:38 이연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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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에 3차 상생금융 준비 목소리도
태영 촉발 PF 부실 충당금 적립에 분주
ELS 손실 배상 비율 기준안도 마련해야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은행들이 설 연휴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융권을 향해 상생금융 주문과 함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배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에 대비한 건전성 관리 수위를 높일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 '상생금융'…'2조+α'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금융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은행권은 고금리를 등에 업고 사상 최대 이익을 얻었다"며 "이익 6조 원을 낸 반도체 회사는 재투자를 하는데 은행권은 수익이 60조 원에 달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힘든 과정에서도 재투자를 하고 있는 반면 은행권은 여전히 높은 수익을 얻고도 이른바 재투자가 없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종 노릇' '이자 장사' 등과 결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발언 후 5대 금융지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 6,000억원의 상생금융 기금을 마련했고, 지난달에는 4대 은행에서 1조6,000억원 이자캐시백을 포함한 2조원의 기금을 추가 발표했다. 은행별 지원 분담금은 2023년도 추정 당기순이익 기준 약 10% 내외 규모로 산출됐다. 여기에 지난달, 국책 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도 중소기업 대상 3,330억원 규모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현장에서는 3차 상생금융을 준비해야 하는 것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금융사가 느끼는 상생금융 압박이 상당하다.


■ 불어나는 PF 대손충당금 규모

한편 은행들은 태영건설에서 촉발된 PF 리스크 전이 가능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준비에도 분주하다. 당장 태영건설 차입금 관련 대손충당금 뿐 아니라, 건설사와 PF시장의 연쇄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사들은 심각한 자금 경색 국면에 진입한 PF와 건설사의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해 PF펀드 조성에 나섰다. 지난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5대 금융지주인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 1조원 규모 PF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 달에는 IBK기업은행과 계열사들이 연합자산관리 유암코와 함께 PF 사업 정상화를 위한 1,5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당장 다음 달 6일 1조5,000억원 규모 PF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건설은 8개 금융사가 마련한 PF 유동화증권 매입 펀드로 1차 위기를 넘겼다. 1조2,000억 선순위에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출자했고, 4,000억 중순위 출자에는 KB,대신, 키움 증권, 7,000억원 규모 후순위 출자에는 롯데그룹 계열사가 참여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 ELS 상품 불완전판매 검사 결과에도 촉각

여기에, 은행들은 이달 발표 예정인 금감원의 홍콩H지수 ELS 상품의 불완전판매 현장 검사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홍콩H지수 ELS 손실 규모가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판매사인 은행마다 배상 비율 기준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주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별 자율적 배상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을 이어가며, 자율 배상안 마련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은행 자체적인 자율 배상 마련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완전판매 판단이 쉽지 않은 케이스가 존재하고, 투자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은행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게 어렵다는 게 이유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리스크에 대비한 은행별 손실흡수능력 강화 차원에서 대손충당금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금융당국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은행들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금융감독원의 협조 요청에 따라 은행별 자율적 충당금 적립이 가능했다. 하지만 당국의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추가적 충당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만 10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상생금융,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고심이 싶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출, 채무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규모가 커질수록 회계상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금융사별 실적 상승폭 둔화로 이어져, 내부적으로 실적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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