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관세 전쟁’…한국 수출업계, 트럼프 리스크에 비상
경제·산업
입력 2025-07-12 08:00:05
수정 2025-07-12 08:00:05
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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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파고…한국 수출산업 ‘빨간불’"

[서울경제TV=강지영 인턴기자]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부터 강조해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재가동하며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7월 초 한국 등 14개국에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 적용 방침을 통보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 중인 국가에 대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동일한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최종 발효 시점을 8월 1일로 미뤄둔 상태다.
이에 대응해 지난 6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벌였다. 귀국 직후 위 실장은 미국 측에 △한미 동맹 강화 △통상∙투자∙구매∙안보 협의 △조속한 한미정상회담 개최 등을 제안했다며, “8월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관세 정책은 한국의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요 수출 산업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만큼 관세 인상 시 실적 악화와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고율 관세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수출 감소, 글로벌 공급망 혼란, 고용 불안 등 복합적인 충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자동차 산업: 수출 1위 품목, 정조준 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단연 자동차 산업이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무역 불균형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4월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5월 3일부터는 주요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총 14개국에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 적용을 공식화하며, 8월 1일부터 한국산 자동차에도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등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자동차 부품, 전장 부품, 배터리 등 연관 산업까지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 공장 가동률을 높이며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고급차와 친환경차 비중이 여전히 커 추가 관세 부과 시 수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철강·알루미늄: 다시 부는 보호무역주의 칼바람
철강 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관세 정책 타깃이다.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미국은 중국산을 포함한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보호무역주의를 본격화했다. 그리고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 6월 3일에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되는 수입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6월 4일부터 인상이 공식 발효됐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가 시행된다면,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미국 수출 비중이 20~30%에 달해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율 인상이나 쿼터 제한 등의 추가 보호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철강 시장은 공급 과잉과 저가 중국산 제품의 공세로 이미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관세 강화가 더해지면,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약화돼 미국 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최악의 경우 미국 시장 철수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은 고부가가치 강재, 친환경 소재 등 차별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틈새시장 공략과 공급망 다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담으로 인한 수출 감소와 생산 조정, 국내 고용 불안 등의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패권 경쟁의 희생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미국의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등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과 맞물리면서 주요 피해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3월,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 중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와 기술 독립성 확보를 명분으로 비관세 장벽과 함께 관세 인상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 거점 투자를 확대하며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국내 생산 물량의 상당 부분이 미국 수출용으로 남아 있어 관세 부과 시 충격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가 크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QLED 등 첨단 제품을 미국 가전사에 공급하며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세 인상 시 가격 상승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업계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기술 고도화로 대응 중이나,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수출 축소, 투자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최대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정부·기업, 다층적 대응 나서야
한국 정부는 최근 한미 통상장관 회담 등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외교 및 통상 채널을 총동원해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요 수출업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지원, 무역금융 확대, 공급망 다변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 또한 미국 내 생산 확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신흥시장 개척 등 구조적 대응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북미 현지화 확대, 고급 제품 비중 강화, 시장 다변화 전략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업계의 북미 공장 확대, 철강업계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재편, 반도체 업계의 해외 생산기지 강화 등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과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차원의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ji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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