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물려줄 한국 주식 있나

오피니언 입력 2017-12-05 15:20:00 수정 2017-12-05 15:20:00 SEN뉴스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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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정도로 큰 재산은 없어요. 대신 좋은 주식 골라서 아이들 이름으로 조금 사놓았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그래도 아빠가 준 주식이 사회생활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할 만큼은 커져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이들 키우는 얘기가 나오자 지인이 한 말이다. 지인은 자식 3명 앞으로 각각 1,000만원 어치씩 주식을 사줬다. 종목은 단 하나 삼성전자다. 오늘 증권사 HTS를 열어 삼성전자 차트를 펼쳐보니 외환위기로 모든 사람이 힘들어하던 1998년 10월10일 주가가 최저가, 3만5,433원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1년 뒤인 1999년에는 대략 20만원대, 2000년에는 30만원대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인은 삼성전자를 최저가로 잡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미 당시에 상당한 평가익을 냈다. 지금까지 갖고 있는지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갖고 있다면 1,000만 원이 최소 몇억 원으로 불어났다. 올 들어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아졌다. 주식 투자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논리는 단순하다. 옛날에야 집 장만하고 땅 사놓으면 됐지만 이제는 좋은 주식 골라 돈 묻어놓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대개 삼성전자 같은 우량 주식을 예로 들면서 단타 치지 않고 장기투자만 하면 몇 배로 불어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얘기는 참 맞는 말씀이지만 공허하기만 하다.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좋은 주식을 골라내는 일 아닌가. 지인이 2000년대 초반 한 것과 똑같이 지금 삼성전자 주식을 사놓고 기다리면 10년 뒤, 20년 뒤에 10배, 20배가 돼 돌아올까. 결과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닐 가능성이 꽤 높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이었다. 삼성전자의 사업 부문은 IM 부문ㆍ소비자가전(CE) 부문ㆍ부품(DS)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 1년간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부품 부문의 반도체다.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타기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영업이익기여율이 70%를 넘던 IM 부문의 스마트폰 사업 다음을 책임질 그 무엇이 없다는 점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반도체 대박은 사실 요행인 측면이 많다. 내년이건 내후년이건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삼성전자는 무엇을 팔아 이익을 낼까. 삼성전자의 미래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한국의 대장 기업 삼성전자가 이런 상황이면 다른 기업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 기업 중에서 장기투자할만한 기업은 없다. 이제 장기투자를 생각한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 미국의 아마존에는 있는데 한국의 삼성전자에는 없는 점이 여러 개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아마도 플랫폼일 것이다. 기차를 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차역처럼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얻으려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 아마존은 있고 삼성전자는 없다. 미국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물건을 사려면 아마존에 들어간다. 아마존은 조만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소비자가 무슨 물건을 필요로 하는지 대부분을 예상할 수 있다. 소비자는 아마도 귀찮은 검색 대신 아마존이 제시하는 물건과 가격에 만족할 것이다. 이게 플랫폼이다. 장기투자의 전제조건은 좋은 주식의 선택이다. 좋은 주식은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다. 한국의 대형 상장사 중에는 이런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 증시가 3,000을 향해 간다지만 이래서는 영 미덥지 않다. /한기석 금융증권부장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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