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지속가능성 ‘빨간불’ …“저출산·고령화·저성장 탓”
건강보험은 현재 20조원이 넘는 누적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 아직은 재정이 넉넉한 편이다. 현금수지 흐름도 괜찮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보험료 등으로 들어온 수입이 요양급여비 등으로 나간 지출보다 많아서 적어도 지금까지는 보험재정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앞날이 절대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경제마저 저성장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신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의료이용이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건강보험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 건강보험은 7년간의 연속 흑자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2018년에 1,778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가 공시한 2018년 재무결산을 보면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는 더 나쁘다. 이른바 ‘충당부채’(실제 현금이 나가지 않았지만 향후 지출될 금액을 반영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018년 결산 회계상 건강보험은 3조8,954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봤다. 사실 적자 전환은 예견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7년 62.7%에서 2022년까지 7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반영해 2017년부터 2027년까지 중장기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추계했다.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19년부터 해마다 2조∼3조원의 적자로 돌아서면서 누적적립금도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11조5,000원으로 줄어든 뒤 2026년에는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쌓아놓은 비상금을 모두 써버리고 2027년에는 누적 수지마저 10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도 2017년 3월에 발표한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장기 재정 추계를 통해 건강보험이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비 증가 영향 등으로 2018년 적자로 전환되고, 누적적립금도 2023년에는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건강보험을 둘러싼 여건과 환경을 보면 재정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는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제도 자체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구실을 제대로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매년 30만명씩 늘고 있는 노인 인구다. 2020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65세로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48만명씩 증가할 전망이다. 2029년에는 노인 인구가 1,25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고령화 영향으로 총 건강보험 진료비 중 65세 이상 인구의 진료비 비중은 2018년에 전체의 40.8%로 처음으로 40%를 넘었고 2025년에는 49.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인구(5,107만명)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은 709만2,000명으로 전체의 13.9%였지만, 노인 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40%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평균수명 연장과 실질소득 증가로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여기에 더해 의료기술과 신약 개발 등으로 의료이용이 증가하는 것도 건보재정 악화에 한몫한다. 정부가 그간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급여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시행하면서 보장성을 강화한 것도 재정지출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건보 적용 범위를 넓히면 들어오는 수입금보다 나가는 보험급여 지출비가 많아져 재정 상황은 나빠진다. 보건복지부는 3대 비급여 부담과 취약계층 및 저소득층 본인 부담 경감 정책을 위해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의 건보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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