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한은 전격 금리 인하···왜?
[앵커]
오늘 한국은행이 하반기 첫 번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년 1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한은 안팎에서는 8월 금리 인하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 강화에 대비해 연내 추가 금리 인하 시그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앞으로 통화정책 향방에 대해 금융팀 고현정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고 기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불가 기조를 8개월 만에 접은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의 경제, 특히 대외 경제 여건이 아주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은 물론이고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심화되면서 반도체 등 제조업 수출 경기 회복 시기가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지금으로썬 ‘금융안정’과 ‘경기회복’ 가운데 ‘경기회복’을 우선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통상 한국은행은 미 연준의 발표를 모두 지켜보고 난 뒤에 금리 방향을 결정하는, 아주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왔는데요. 오늘처럼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이달 말일에 미국 FOMC가 열리는 만큼, 한은이 다음 달인 8월 금통위 때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했는데요. 오늘 이렇게 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시장도, 취재진들도 모두가 놀랐습니다.
물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이달 초 계속해서 7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고 가계부채 증가세 등도 현재로서는 둔화하는 모습이라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 결정에 따른 부담이 덜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한은이 현재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대외 경제 여건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나라의 대외 경제 여건, 얼마나 심각하다는 건가요?
[기자]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정말 제외시키고, 반도체를 포함한 다른 산업에도 규제를 강화해가는 경우에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8%, 또는 그 이상 깎이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싱크] 이미선 /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일본 수출 규제로) 올해 하반기 내내 10%씩 전년동기 대비 줄어드는 게 이어지면 반도체 쪽에서만 0.4% 정도 깎이는 효과가 있어요. 주요 다른 업종들에 대해서 생산량이 90%씩 감소한다고 하면 하반기까지 간다고 가정하면 총 합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0.8% 깎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고요.”
[기자]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오늘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교역 규모, 산업 연계성 등을 감안했을 때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되거나 더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수출 규제를 포함해 대외여건이 3분기에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에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도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금리 인하 결정 전부터 이미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낮은, 금리 역전 상태인데요. 그렇게 되면 투자 자금 유출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보통 기축통화국이 아닌 경우에는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선진국보다는 무조건 높게 가져가는데요. 이를 기준금리의 실질적인 하한선, ‘실효 하한’이라고 합니다.
현재 미국과의 금리 역전 갭이 1%포인트로 커진 상황이긴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이 완화 기조를 가지고 가는 만큼, 한국은행은 크게 우려하진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들어보시죠.
[싱크] 이주열 / 한국은행 총재
“환율에 대해서는 금리 외에 여러가지 요인이 많은 영향을 준다는 건 제가 누차 설명을 드린 바가 있습니다. 사실상 기준 금리의 ‘실효 하한’이라고 하는 것은 유동성 함정이라든가, 자본유출 위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측정하는 하나의 이론상의 임계치에 해당합니다. 실효하한이라고 하는 것은 추정 방법에 따라서 레인지가 큰 게 사실이고…”
[앵커]
앞서 살펴본 대로라면, 한일 무역갈등,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올 3분기 안에 해소되는지 않는 이상, 한국은행이 오늘 0.3%p나 하향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2%도 달성하기 어려워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함께 쓰고 있는 모습인데, 하반기 대내외 경제 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입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고현정기자 go8382@sedaily.com
[영상취재 강민우 /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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