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금리 적금, 미끼를 물 것 인가
[서울경제TV=유민호기자] ‘연 5% 정기적금’. 한 저축은행이 출시한 적금 상품이 소소한 ‘대란’을 일으켰다. 판매 개시 14시간 동안 7,000명이 가입했다. 기본금리는 연 1.5%다. 자동이체 등 여러 가지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5.0%의 금리를 맞출 수 있다.
한 종합금융사는 한술 더 떠 연 8%를 보장하는 적금을 내놨다. 기본금리는 연 2.5%지만, 이것저것 더하면 8.0%가 가능하다. 같은 길을 걷는 가입자가 1만명이 넘어야 하고, 꽤 높은 금액의 카드실적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온전히 챙길 수 있다.
잇단 상품 출시에 반응은 엇갈렸다. 재테크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이마저도 어디냐”며 추천인 코드 공유가 이어졌다. ‘쥐꼬리’, ‘생색내기’, ‘미끼상품’ 등 부정적 댓글도 심심치 않게 달렸다. 차라리 싼 주식에 묻어두잔 비아냥도 있었다.
싸늘한 반응도 이해가 간다. 최고금리는 주거래 고객만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이 다수였다. 카드실적을 채우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채권, 기업어음(CP) 등 투자상품에 가입하거나, 평균 잔액을 1,000만원 이상 채우는 조건에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은 헛웃음만 지을 뿐이다.
코로나19 충격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 전격 인하했다. 저금리를 넘어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대로 주저앉았다. 누구나 만족하는 ‘고금리 적금’이 나올 수 있을까.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미끼상품이란 비판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매달 수백만원 납부할 수 있는 고금리 상품을 출시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만성적인 저금리 틀 속에서 적금으로 높은 이자수익을 내긴 힘들다. 비상금이나, 여행자금을 위해 수백만원가량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면 앞선 상품들도 좋은 대안이다. 20만원씩 12개월 동안 꼬박꼬박 내면, 이자 약 6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여행지에서 제법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는 돈이다.
만기 후 찾은 목돈을 당장 쓰지 않고 예금으로 돌리면 그만큼 이자가 붙는다. 한 번에 큰 금액을 붓는 대신 고금리 단기 적금을 여러 개 드는 ‘풍차돌리기’도 방법이다. 주식과 펀드가 곤두박질치는 지금. 든든한 적금의 가치는 올라간다. 미끼는 던져졌다. 제대로 잘 물어야 한다. /yo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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