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리금융이 ‘깜깜이 주총’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오피니언 입력 2020-03-25 16:44:45 수정 2020-03-25 16:44:45 윤다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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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윤다혜기자] 우리금융지주가 25일 주주총회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시작과 종료까지 20분도 안 걸렸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손태승 회장 연임의 건도 무난히 통과됐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8.82%)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를 들며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17.25%)가 찬성표를 던지며 연임에 성공했다. 지분이 낮은 국민연금은 이번 결정에 변수가 되지 못했다.


손 회장의 연임에도 잡음은 여전하다. 우리은행의 고위험상품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로 대규모 금융피해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입은 손해만 500억원 정도다.


앞서 손 회장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DLF와 관련해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중징계(문책경고)로 과태료 197억1,000만원과 6개월 일부 영업정지를 받았다. 우리은행도 금융소비자에게 피해 명목으로 300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내놓았다.


지주체제 출범 전부터 주총장을 언론에 개방해온 우리은행이 주주만을 대상으로 ‘깜깜이’ 주총을 진행한 이유다. 생중계도 없었다. 손 회장의 연임 반대 목소리를 우려한 사측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좋은 이유가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주주들의 내부인원도 최소화시키고 주주와 기자들 안전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금융 소비자 신뢰 대신 당장의 수수료 수익 확대를 선택한 셈이다. 손 회장은 독일 국채 금리 하락으로 DLF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펀드 신규 판매를 촉진했다. 우리은행이 수수료를 챙긴 대신, 모든 피해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 안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투자업자는 소비자에게 투자를 권유하기 전 투자자의 투자 목적과 재산 상황, 투자 경험 등 정보를 종합해 투자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판매하려는 투자 상품의 투자자의 정보에 비춰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그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 역시 의무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내부통제는 부실했고 결과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손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손 회장은 연임해도 여전히 금융 소비자들보단 실적 올리는 것에 급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손 회장은 “신뢰와 혁신으로 1등 금융그룹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불완전 판매로 신뢰를 져버린 손 회장이 강조하기에는 신뢰와 혁신을 통한 1등 금융기업은 너무 먼 이야기가 아닐까. /yun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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