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뚜레쥬르 매각이 보여준 가맹점주의 현실

오피니언 입력 2020-09-28 22:16:30 수정 2020-09-28 22:16:30 문다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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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CJ가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 매각에 나서며 점주와 본사 간 잡음이 커지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공시를 통해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돌연 CJ가 입장을 180도 바꾸며 하루아침에 매각을 ‘통보’받은 점주들이 본사와 전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단 점주들은 본사와 합의하겠다고 한 발 물러났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가맹사업에서 실질적인 갑을 관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CJ그룹은 매각주관사로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뚜레쥬르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일반 기업을 포함해 5∼6곳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들은 “가맹점의 합의 없는 일방적 결정은 있을 수 없다”면서 매각을 반대했다.
 

점주들은 “CJ가 거짓말로 번복해 점주들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매각설이 흘러나와 점주들이 경영진에 우려의 의견을 전달했을 때, CJ는 공시를 통해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매각주관사 선정과 투자 안내문을 발송하며, 공시 내용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이에 뚜레쥬르 가맹점주 협의회는 지난달 본사에 독단적인 매각을 반대한다며 공문을 보내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매각금지에 관한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가맹사업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를 토대로 발전해간다. 가맹사업에서 본사와 점주는 주종·상하관계가 아닌 동등한 파트너 관계다. 이는 상생협약서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번 매각 사태를 통해 본 점주의 위치는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본사는 파트너 관계인 점주들에게 입을 닫았고, 점주들은 매각 소식을 뉴스 보도를 통해 알았다. 본사 경영진의 일방적인 결정에 1,300 가맹점들의 운명이 아무런 협의 없이 바뀐 것이다. 그간 CJ그룹은 “점주와 본사는 동등한 관계”라고 했지만, 실질적인 ‘을’인 가맹점주의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점주들은 “대기업 가맹본부가 점주들의 노력을 간과하고 표면적으로 본인들의 어려움만을 이유로 들며 그간 점주들이 함께 일궈놓은 사업장을 일방적으로 처분하는 행태”라며 “특히 CJ가 글로벌 사업 확장으로 발생한 손실의 경영적 책임을 점주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뚜레쥬르는 상생 문화가 잘 조성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는 점에서 점주들의 배신감은 두 배다. 뚜레쥬르는 지난 2016년 프랜차이즈 최초로 ‘20년 계약 유지 보장’ 등을 담은 상생협약을 맺은 브랜드다. 지난 2016년과 2018년 두 번의 상생협약식에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방문해 격려할 정도였다. 그러나 본사의 일방적인 매각은 일언반구없이 이뤄지고 있다. 가맹사업에서 가맹점주들의 위치에 대한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비단 한 브랜드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가맹사업의 구조적인 문제다.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해버림으로써 발생하는 불편과 손해는 점주들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로, ‘명목상’ 파트너 관계인 점주들은 본사의 일방적인 결정을 따라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맹사업은 가맹점사업자와 가족, 직원 및 납품업체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800만명 이상과 연관돼 있다. 가맹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이가 실제로 겪고 있고,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문제다. 때문에 가맹점 사업자가 가맹본부 변경에 앞서 사전에 절차적으로 참여해 손해를 입지 않는 절차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가맹사업의 기본 덕목은 상생이다. 그러나 이번 매각 사태를 통해 현실은 갑을관계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CJ의 기업문화 키워드는 정직· 열정· 창의· 존중이지만, 이번 매각 사태에서 CJ의 기업문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표적인 상생 기업이었던 뚜레쥬르에는 말 뿐인 상생만이 남았다./문다애기자 dalove@sedal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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