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 전자계약, 새 패러다임 제시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온라인화’로 대표되는 흐름 속에서 많은 기업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더뎠던 부동산 산업도 지난 1년 간 큰 변화와 마주했다. 바로 부동산의 온라인화(化)다.
중개사무소에 직접 방문하는 대신 온라인에서 집을 알아보고 문의하는 사용자들이 늘면서 부동산 플랫폼 다방도 괄목할 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방의 작년 하반기 사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했고, 공인중개사도 같은 기간 27% 늘었다.
중개사들의 업무 방식 변화와 함께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서비스 개선에 대한 인식 변화다.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늘고, 2030 세대로 중개사들의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중개 업무의 전문성 및 고객 신뢰도 확보에 대한 업계의 니즈가 늘었다.
특히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 문제는 중개 서비스에 대한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과반수는 현재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비싸다고 답했다. 국내 중개 수수료는 0.6~0.9% 수준으로 미국, 일본(3~6%)보다 비교적 낮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이유는 중개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중개사들은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중개 수수료 인하보다는 ‘중개 서비스 질 향상’, ‘중개 서비스 신뢰도 개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관점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부동산 전자계약’이다. 전자계약은 종이나 인감 없이 온라인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선진화된 부동산 거래 서비스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 공공주택에 대한 전자계약 의무화가 추진되면서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작년 2월 공공 및 민간부문의 부동산 전자계약 체결 건수는 1만1,276건으로 전달 대비 95% 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후에도 6,000~1만 건 사이로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전체 부동산 거래 건수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지만 전자계약이 의무화되지 않은 민간 부문의 전자계약도 평균 1,000건 내외로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증가한 점은 추후 전자계약 활성화를 더욱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자계약의 장점으로는 첫째, 비대면 계약으로 거래당사자들의 시간을 절약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둘째, 계약과 동시에 실거래 신고·확정일자 확정이 자동으로 처리돼 편리하다. 셋째, 계약서 분실 위험 및 계약서 위·변조가 불가해 안전하고, 넷째, 무자격·무등록자의 불법 중개행위가 자동 차단돼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임차인은 시중은행에서 주택 구입 자금,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시 통상적으로 0.1~0.3%포인트의 금리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보의 투명성 확보가 가능하다. 그동안 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 당일이 아닌 30일로 돼있고, 신고가 누락되는 경우도 있어 부동산 거래 정보를 면밀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전자계약을 하면 실거래 신고, 확정일자, 세무, 등기 등의 절차가 원스톱으로 처리돼 매매뿐만 아니라 전·월세를 포함한 모든 부동산 거래 정보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업계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다방이 지난 22일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 업계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중개사들은 전자계약의 필요성과 서비스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했다. 이들은 전자계약이 모바일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 층에게 매우 유용하며, 시간 관리의 불편함과 계약서 분실 등의 문제를 크게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모바일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 사용자들의 인식 변화, 본인 인증 절차 간소화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질로우(Zillow), 오픈도어(Opendoor) 등 부동산 플랫폼들의 주도로 온라인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주택을 즉시 사고 파는 방식의 '아이바잉(iBuying)’이 이슈로 부각됐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부동산 플랫폼에 매물 정보를 등록하면 플랫폼에서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24시간 이내에 주택의 적정 구입 가격을 산정해 제시한다. 집주인은 플랫폼에서 제시한 가격이 마음에 들면 즉시 주택을 팔 수 있다.
이 과정들은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지며 플랫폼으로 주택의 소유권이 이전되기까지 10일 정도가 소요 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첨단기술을 통해 부동산 거래가 이뤄져 조작의 위험성이 낮고 더욱 안전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국내에도 아이바잉과 유사한 전자계약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부동산 플랫폼 다방은 올해 6월 출시를 목표로 전자계약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민간 플랫폼의 고도화된 IT기술을 통해 서비스 편의성을 혁신적으로 높이고, 양질의 부동산 빅데이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임차인들이 방을 구하는 ‘다방’, 임대 관리 시스템 ‘다방허브’, 공인중개사 매물 관리 시스템 ‘다방프로’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부동산 통합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부동산 매물 검색에서부터 계약까지, 내 손안에서 모두 이뤄지는 진정한 모바일 부동산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각오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전자계약 서비스 이전과 이후로 또 한 번 성장 모멘텀을 찾길 기대해본다.
한유순 스테이션3 다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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