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 출범 8년만 첫 흑자…김범석 “20만 소상공인 동반성장”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 시작 후 8년 만에 1,000억원대의 첫 영업이익을 내고 7조원에 근접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외형 성장과 내실을 잡은 실적을 낸 것.
2014년 로켓배송 론칭 후 6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쿠팡이 첫 분기 이익을 기록하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임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 김범석 창업자는 쿠팡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범석 “신선식품 재고손실 50% 감축”
쿠팡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5조3,850억원) 대비 27% 증가한 6조8,383억원(분기 환율 1,340.5원)을 기록했다. 원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달러 기준 매출은 지난해 46억4,470만달러와 비교해 10% 증가한 51억133만달러를 기록했다.
올 3분기 영업이익 1,037억원(7,742만달러), 당기순이익 1,215억원(9,067만달러)을 기록하며 2014년 로켓배송 론칭 후 첫 분기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3억1,511만달러(3,653억원), 순손실 3억2,397만달러(3,756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드라마틱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 장 마감 후 발표한 흑자 전환 소식에 쿠팡 주가는 이날 오전 시간 외 거래에서 8.41% 상승하며 17.66달러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쿠팡은 지난해 3월 상장 후 지난 1분기까지 2,500억~5,000억원대 손실을 냈다. 하지만 올 들어 1분기(2억570만달러)에 이어 2분기(6,714만달러) 적자를 연달아 줄였고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됐지만 쿠팡의 성장세는 지속됐다”라며 “모든 카테고리에서 소비 증가세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쿠팡이 이번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올 들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쿠팡은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1분기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프레시·마켓플레이스) 분야 흑자(287만 달러)를 낸 데 이어 2분기엔 835억원(6,617만달러)의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순이익을 냈다. 이번 3분기는 전분기와 비교해 200% 가량 증가한 2,613억원(1억9,500만달러)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2억743만달러 손실을 낸 점을 감안하면 확연한 수익성을 보여준 것이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자동화 기술에 기반한 물류 네트워크를 이번 실적 원동력으로 꼽았다. 쿠팡의 물류 인프라는 축구장 500개 크기로, 뉴욕의 센트럴 파크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김범석 의장은 “여러 지역에 신선식품 유통을 확대하면 재고 손실이 늘어나게 마련인데 쿠팡은 ‘머신 러닝’ 기술 기반의 수요 예측으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와 비교해 50%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물류 전 과정을 통합하면서 별도로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콜드체인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재를 배송하는 트럭을 사용해 신선상품을 배송할 수 있게 됐다”며 “배송의 85% 이상을 박스 포장 없이 배송하는 방법으로 포장 폐기물을 줄였고, 이에 따라 배송 차량의 운행 횟수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기술, 풀필먼트 인프라,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단계) 물류의 통합 덕분에 고객과 상품, 서비스와 가격 사이에 존재하는 기존의 트레이드오프(양자택일 관계)를 깰 수 있었다”라며 “이로 인해 수 백 만개의 상품을 무제한 무료 새벽배송(주문 다음날 오전 7시 전 도착)할 수 있었으며, 고객은 언제든 반품하고 싶은 상품은 문 앞에 두기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직매입 방식의 로켓배송 상품군(1P) 뿐만 아니라 오픈마켓 3P 상품군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쿠팡의 풀필먼트 물류(FLC)를 사용하는 제트배송 서비스 역시 수십만 입점업체들에게 효율적이고 편리한 로켓배송과 반품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활성고객 1,800만여명, 1인당 고객 매출 38만원”
쿠팡의 고객 수와 구매력도 증가추세를 보였다. 활성고객(제품을 한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은 1,799만2,000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7% 늘었다. 1인당 고객 매출은 284달러(38만원)로 3% 증가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19% 늘었다. 프로덕트 커머스 분야 매출은 49억달러(6조5,684억원)로, 원화 기준 28%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상품 이커머스 시장보다 4배 빠른 성장세다. 쿠팡플레이·쿠팡이츠·해외·핀테크 등 신사업 부문의 조정 EBITDA 손실은 지난해와 비교해 50% 줄어든 4,430만달러(593억원)를 기록했다.
김 의장은 “신사업 부문의 원화 기준 매출은 10% 성장했으며, 매출 총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거의 4,200만 달러 증가했다”라며 “신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신시장에서 고객 혁신을 펼쳐나갈 잠재력이 있다. 소규모 투자에서 시작, 원칙에 입각한 장기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의장은 쿠팡의 성장에 힘입어 국내 중소상공인들도 동반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점 파트너의 70% 이상이 연 매출 250만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상공인이며 당사는 해당 업체들에게 최고의 성장 기반이 됐다고 믿는다”며 “오프라인 판매처에서 소외된 수만 곳의 중소기업과 혜택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쿠팡의 입점 소상공인은 올해 3분기 전년 대비 25% 늘어났으며, 2019년 3분기 대비 140% 증가했다. 지난해 말 쿠팡의 소상공인 파트너 수가 15만7,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기준으로 20만여명에 육박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이번 실적이 ‘쿠팡식 로켓배송 물류모델’의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이번 흑자 전환은 본질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와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손익구조가 안정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증명했다”며 “지역의 작은 소상공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전국단위 매출을 올리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보여준 한편, 글로벌이커머스 둔화 속에서 한국 혁신 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 물류대학원 교수는 “이커머스 물류산업의 본질은 자동화 물류 네트워크만으로 저절로 돌아가는 ‘플라이휠’을 구축하는 것이며, 이번 실적은 쿠팡만의 혁신적인 물류 네트워크가 작동한다는 믿음이 결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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