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날씨와 경제] 12만년 만에 가장 더운 지구…생명위협 수준
[앵커]
올 여름 더위가 매달 최고기록을 깨고 있다고 하는데요. 강한 엘니뇨 상태의 영향을 받으면서 전 지구의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한 때문입니다. 도대체 올 여름 기온이 어느정도 올랐는지, 이렇게 오를 때 냉방비는 얼마나 더 들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센터장님, 올 여름은 무척 더웠던 기억이 나는데요. 실제 기록으로 확인하면 어떻습니까?
[반기성 센터장]
그렇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올 6~8월 세계 평균기온은 16.77도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는데요.
종전 최고치인 2019년 6~8월 16.48도보다 0.29도나 높았습니다. 8월은 세계 평균기온이 16.82도로 직전 7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더운 달로 기록되었는데요.
미 우주항공국은 7월과 기온이 같다고 발표했지만 세계기상기구는 올 7월이 역대 가장 기온이 높은 달이라고 발표했지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추산에 따르면 올 8월까지 16개월 연속으로 월별 최고온도 기록이 깨질 것으로 하는데요.
지난 7월 7일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가 분석한 미 국립환경예측센터(NCEP) 자료에 따르면, 7월 6일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17.23도로 나타났는데요. 7월 3일 17.01도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 기록(2016년 8월 14일 16.92도)을 갈아치운 이후, 나흘째 최고 기온을 이어간 겁니다.
지금까지 최고기온을 기록했던 2016년 8월과 비교해 볼 때 2016년은 다른 연도의 일일 평균기온과 비교해 0.68도, 일주일 전에 비해서 0.16도만 높았지만 올해는 각각 1.02도, 0.5도나 치솟은 것이지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위기가 통제불능 상태이며 공포스러운 상황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고요.
미국의 존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의 기후변화를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올 여름의 더위는 12만5,000년 전 간빙기 이후 가장 뜨거운 달이라고 합니다. 엘니뇨의 영향을 덜 받는 우리나라는 최고기온을 기록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상청의 발표에 의하면 올 여름(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4.7도로 평년(23.7도) 대비 1도 높았고요, 각종 기상기록 기준점인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여름 4위에 올랐습니다.
[앵커]
사상 최고치라곤 하지만 평균기온으로 보면 얼마나 더웠는지 실감이 나질 않는데요. 지역별로는 어떻습니까?
[반기성 센터장]
중동 지역의 체감온도는 67도에 육박했는데요. 미국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7월 16일에 이란 남서부 해안의 페르시아 걸프 국제공항에서는 체감온도가 66.7도까지 올랐는데요. 높은 습도가 결합되면서 극한의 체감온도가 발생한 것이지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싼바오는 52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56도를 기록했고요.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도 7월에 43도 이상인 날씨가 한 달 이상 지속되었고 최고기온은 48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캐스케이드 투홀스케 몬타나 주립대 교수는 “극한 기후가 이제는 사람을 죽이는 수준에 도달했다. 플로리다 주변의 해수 온도는 37.7도까지 올라갔다. 바다에 몸을 담그는 해수욕으로도 더위를 식힐 수는 없다는 의미”라며 큰 우려를 표했습니다.
인체가 더위에 견딜 수 있는 기온은 얼마일까요? 펜실베니아 주립대 래리 케니 교수 연구팀은 “에어컨과 선풍기, 그늘 없이 인체가 자연적으로 견딜 수 있는 기준선은 약 35도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땀을 통한 신체 냉각 기능은 31도가 한계였다”고 밝혔는데요.
땀을 흘리거나 땀을 증발시켜 몸의 열을 식히는 기능은 외부 온도가 체온(36.5도)보다 높은 경우 그 기능을 잃게 되며 매우 위험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인체의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선 심장이 긴장하고 체온이 계속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노인과 심장 질환자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합니다. 그러니까 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면 반드시 냉방을 해야 한다는 거지요.
[앵커]
뜨거워진 지구에서는 냉방 없이 살 수 없단 얘긴데요. 냉방비용이 상당히 증가할 것 같아요.
[반기성 센터장]
제수스 리자나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가 이끈 옥스퍼드대·영국 브리스톨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 8월 13일에 지구 온도가 향후 1.5~2도 상승할 때의 나라별 냉방도일 변화율을 추산해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발표했는데요.
냉방도일(CDD)은 냉방과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의 산출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외부 기온과 실내 기온의 차와 이에 따라 소요되는 연료 소비를 고려한 기후지수로서 도일(degree day)이 고안된 것이지요.
냉방도일은 일평균기온이 기준 온도보다 높은 날들의 일평균기온과 기준 온도와의 차를 구해 매일 매일 누적 합산한 것으로 적산온도와 계산하는 방법이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기본 온도를 18도로 설장한 다음 오늘 외부 온도가 32도라면 냉방도일은 ‘14CDD’가 된다. 그 다음날 온도가 33도라면 냉방도일은 어제의 14CDD와 더한 29CDD가 되는 것이지요.
당연히 냉방도일이 클수록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량도 커지고 냉방비도 올라가게 되는 것이지요.
연구팀의 분석을 보면 적도 부근에 위치한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인 사헬지역 국가들의 냉방도일이 가장 높았는데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누적 냉방도일이 가장 높은 나라로 나타났고 한국의 냉방도일은 온도가 1.5~2도 상승할 경우 10.6% 증가하며, 아일랜드의 증가율이 37.9%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요.
냉방도일이 늘어난다는 것은 냉방 기기를 사용해야 할만큼 더운 날이 많아진다는 것으로 냉방에너지의 수요가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더 더워질 세상에서 대비하기 어려운 저소득국가들을 위해 즉각적이고 전례없는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는데요. 한국의 경우 2030년 이전에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냉방비가 최소 10% 이상 더 많이 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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