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실적 부풀리기' 논란 속 생보업계는 위기감…"기울어진 운동장 정비 시급"

증권·금융 입력 2024-08-23 13:33:16 수정 2024-08-23 13:33:16 김도하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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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 빅5, 상반기 호실적 행진…생보사는 실적 부진
IFRS17 날개 단 손보사…회계 '착시효과' 논란
생보사, CSM 하락에 IBNR 변경 직격탄까지 '이중고'

[서울경제TV=김도하 기자] 지난해 도입한 새 회계제도(IFRS17)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국내 생명·손해보험사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운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어닝서프라이즈 외에는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업권 간 명암이 눈에 띄게 엇갈리면서 IFRS17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계리적 가정을 임의로 유리하게 잡아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편 생보사들은 새 회계제도에서 불리한 형편을 토로하며 금융당국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당국은 IFRS17 상 손보사들의 실적이 부풀려졌다고 보고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 생·손보, 상반기 실적 온도차…손보 빅5, '사상 최대' 행진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역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23일 각사에 따르면 상위 5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은 4조8,2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9,540억원) 대비 22% 증가하면서 또다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삼성화재는 지난해보다 8%가량 증가한 1조2,772억원, DB손해보험은 23% 늘어난 1조1,241억원을 시현하며 상반기에 일찌감치 '1조 클럽'에 진입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22% 증가한 9,7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1조원 턱 밑까지 추격했다. 현대해상은 1년 전보다 무려 70% 가까이 급증한 8,33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KB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5,462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8%대 성장세를 나타냈다.


생보업계 빅3로 꼽히는 생명보험사들의 상반기 실적은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별도 기준) 1조89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27% 성장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43% 넘게 감소한 3,478억원, 교보생명은 약 7.8% 줄어든 6,075억원을 기록했다.

 


◇ IFRS17, 손보사에 유리?..."생보사 돌파구 찾아야"


손보사가 올해 상반기 역대급 성적을 경신한 반면, 삼성생명을 제외한 생보사들은 실적 하락세를 보이면서 생보업계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생·손보사의 실적은 보험 손익에서 갈렸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며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장기인보험 판매 등에 주력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암보험이나 치매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보장성인보험은 IFRS17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군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수치다. 장기인보험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마진이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CSM 환산에 유리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이 새 회계제도상 유연해진 계리적 가정을 자사 실적에 유리하게 적용하면서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IFRS17에서 부채로 잡힌 CSM은 수년에 걸쳐 이익으로 상각한다. 당국은 보험사들이 초기에 상각률을 과도하게 높이고, 갈수록 낮추는 방식으로 초기 실적을 부풀렸다고 보고, CSM 상각률 산출 방식 등을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들은 편법이나 탈법이 아닌 IFRS17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한 것을 두고 '실적 부풀리기' 낙인이 찍힌 데 대해 억울함을 토로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부풀린다는 건 편법적으로 위장했다는 말 같아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실적 부풀리기와 같은 워딩으로 업계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되고 있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들은 당국과 10년 넘게 조율해 온 제도에 따라 허용하는 수준에서 긍정적인 실적을 산출했고, 이를 활용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려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손보사들이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로 역대급 실적을 낸 반면 생보사들의 곡소리는 커지고 있다.


생보사는 CSM 환산에 유리한 암보험 등 제3보험 경쟁에 가세했지만 손보사가 시장을 선점하면서 점유율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기준 변경도 생보사의 순익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IBNR은 보험사고 발생으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아직 보험사에 청구되지 않은 추정 보험금을 말한다.


생보사는 지난해까지 IBNR을 보험금 청구 시점(지급사유일)에 인식했는데, 금융당국이 사고발생 시점(원인사고일)으로 기준을 변경하면서 부채 인식 시점이 빨라졌다. 이에 생보사는 올해 1분기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대거 적립하면서 회계상 부채로 잡는 책임준비금이 증가했다. 손보사는 이미 원인 사고일을 기준으로 IBNR을 산출하고 있어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것이다


생보사들은 새로 도입한 IFRS17 하에서 특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IFRS17에서 수익성에 유리한 CSM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장성보험 확대가 중요한데, 이미 제3보험 시장의 70%가량을 손보사들이 장악한 상황"이라며 "새 회계제도가 들어오면서 사실상 주도권이 손보사들에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시장 룰에 의해 안착이 되길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라며 "지금같은 IFRS17 체제에선 생보사의 시련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생보사들은 자체적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당국은 IFRS17 연착륙을 위해 연내 제도 개선 방향을 내놓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생보업계의 자구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이항석 성균관대 보험계리학 교수는 "이 문제는 회계제도를 고치는 데 해법이 있다고 보기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생보업계가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계기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itsdoha.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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