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4일째 맞은 김병환 금융위원장…기자자담회 개최 속내는

증권·금융 입력 2024-09-12 18:14:55 수정 2024-09-12 18:14:55 이연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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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가계부채 관리 효과 있어…대출 절벽 없을 것"
"정책대출 목적 부처간 이견 없어…속도 조절 고민"
"우리금융 현 경영진 거취는 이사회·주총 판단"
'우리금융' 둘러싼 당국 갈등 의식…금융위 입장 명확히 밝혀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2일 취임 44일째를 맞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주요 이슈에 대한 계획과 의견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강조해 온 금융시장 4가지 과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채 △제2금융권 건전성 문제에 대한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금융권 최대 현안인 가계부채와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 친인척 350억원 부적정대출로 드러난 우리금융지주의 내부통제 문제 등에 대한 핵심 내용과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시점에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 효과 있어…대출 중단 없도록 관리할 것"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들어 5 영업일 기준 가계대출이 잠정치로 1조1,000억원 늘었는데, 은행권만 비교하면 전달 대비 증가폭이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5 영업일밖에 지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첫 주 동향을 놓고 보면 대출 규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서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도입함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 총량 규제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7월부터 금융당국은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7~8월 주택담보대출 등 금리 인상을 결정했고, 이달부터는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가계대출 총량 제한 등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인 추가 대출 규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된다면 추가적인 대출 규제 조치는 고려하지 않겠다며, 정량 기준과 정성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 당시 대출총량제 시행 때 은행별 할당량을 정하고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 상황을 언급하며,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급증세에 기여했다는 지적을 받는 정책대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디딤돌,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이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견해가 다양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 등 정부 내 이견이 없는 것은 정책대출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책대출이 무주택자, 취약계층,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 지원이라는 목적과 약속을 지켜야 하고, 단 정책대출이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다면 제어해나가야 한다는데 부서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 요인 중 하나로 언급되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는 주택매매시장 가격을 올리는 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다방면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최근 3,4년 사이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전세대출을 줄이는 부분에 있어 무주택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비율 등 관련 모든 조치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현 경영진 거취는 이사회·주총 판단"

김 위원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350억원 부적정대출 관련해서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대출 관련 경영진의 거취에 대해 우리금융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의 반복되는 금융사고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금융위원장으로서도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그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대출 관련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중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해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거취 문제는 금융당국의 직접 개입이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감원, 검찰 등의 검사, 수사 결과에서 현 경영진의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대출 관련 고의적 은폐가 드러나면, 엄중 조치할 것이라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위원장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우리금융이 동양생명 ABL 생명보험 인수 관련 구체적 계약 내용 등을 당국에 전혀 보고하지 않아 몰랐다"는 부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에서 먼저 심사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위가 법령에서 정한 절차와 심사를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금감원이 우리금융지주 대상 정기검사를 1년 앞당겨 진행하는 배경에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 합병의 금융위 특혜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 정기검사는 합병 특혜 의혹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들었다면서, 금감원의 인가 심사와 금융위 인가 결정은 법령에서 정한 절차와 충분한 심사를 거친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 둘러싼 금융당국 갈등…간담회서 금융위 입장 명확히 밝혀

김 위원장은 "취임한 지 오늘로 44일째다. 시간이 빨리 지났다는 느낌이고,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것밖에 안 지났다 싶다"고 운을 띄우며 기자간담회를 시작했다. 이어, 그동안 해왔지만 설명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세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1시간 남짓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사실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주요 금융권 현안에 대한 강공 발언에 대한 금융위 입장을 명확히 밝힌 자리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 초반에 언급한 금융시장 4가지 과제에 대한 설명보다 금감원과 우리금융지주 이슈를 둘러싸고 미묘한 갈등 속 금융위 입장 설명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앞서, 지난 6일 김 위원장은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마치고 계획에 없던 기자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대출 정책 관련 오락가락 발언을 쏟아내며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하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0일 이 원장은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18개 시중은행장들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장 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김 위원장 발언과 궤를 맞추며 금융당국 '원보이스'로 갈등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금융지주 이슈를 중심으로 금융위와 금감원 갈등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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