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고려아연, 남은 승부수는 결국 '주주'

증권·금융 입력 2024-09-26 18:48:49 수정 2024-09-26 18:48:49 김보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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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올리면서 일단 주도권은 쥔 모습입니다. 오늘은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75년 동업사, 지분 전쟁 배경과 이후 양상, 김보연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집안 싸움의 배경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영풍과 고려아연은 지난 1949년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한 이후 75년간 공동 경영을 이어왔습니다. 이후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뒤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맡는다는 전통을 유지해왔습니다.


균열의 시작은 지난 2022년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회장에 오른 뒤입니다. 최 회장이 부회장이었던 전년 12월 2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폐기물 리사이클링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경영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고 외부 차입 확대와 배당 축소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장 씨 일가와 갈등이 생겼습니다. 한화를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LG화학 등이 고려아연의 주주로 참여하면서 지배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양 가문 간 껄끄러운 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올해 3월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표 대결을 벌이게 되었는데요. 깊어진 갈등의 골은 현금 배당안을 놓고 드러났습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상정한 주당 5,000원 안건에 반대했지만 참석 주주 62.74%의 찬성으로 통과한 것입니다.


여세를 몰아 고려아연은 동업 관계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비철금속 수출회사 서린상사도 장악했습니다. 영풍그룹 계열사인 서린상사의 고려아연과 영풍이 보유 지분은 각각 66.7%, 33.3%인데요. 올 6월 열린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추천 인사 4명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고려아연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본업은 위기에 놓였다고요?


[기자]

네, 본업과 무관한 투자가 최 회장의 치부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두고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는데요. 우선 원아시아펀드 투자 손실이 대표적인 나쁜 투자 사례로 꼽히고 있죠.


MBK·영풍은 최 회장이 투자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투입된 자금이 엔터나 부동산, 여행상품 등 고려아연 본업과는 무관한 기업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원아시아의 지창배 대표가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란 점을 들어 '꼼수 특혜'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지난해 카카오를 지원하기 위해 장내에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집하고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미국 이그니오홀딩스 인수도 최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인수 당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해당 회사는 현재까지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이에 MBK·영풍은 경영진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의혹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위한 향후 예상 투자금액(11조7,000억원)에 대한 자금조달 방안이 차입 외엔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고려아연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최 회장 취임 후 금융권 차입부채는 지난 2019년 410억원에서 6월말 1조4,000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마진율도 각각 18.05%, 5.2%씩 쪼그라들었습니다. 위와 같은 실패한 투자 사례가 부각되면서 최 회장의 평판에도 상당히 금이 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영풍도 내일 가격 상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연다면서요? 여론전이 뜨겁습니다.


[기자]

네,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서죠. 공개매수가 시작된 이후 고려아연 주가가 매수가를 뛰어넘으면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일반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떨어지자 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높이는 승부수를 뛰운 것입니다. 고려아연 지분을 가진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도 기존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높였습니다.


고려아연도 대항 공개매수 자금 조달을 위해 베인캐피탈, 한화그룹 등과 긴밀히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회장의 우군으로 알려져 있는 그룹사들도 각 회사 주주의 권리를 우선 해야 하는 만큼 결국 남은 승부수는 주주하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입니다.


최근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 신경전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모양새입니다.

잇따르는 날 선 기자간담회와 입장문 발표로 주주의 피로감만 높이고 있어선데요.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자본시장의 원칙을 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24일에도 고려아연 부회장과 기술연구소장을 비롯한 핵심 기술진 20명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대주주가 바뀌면 핵심 기술자 모두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습니다.


다만 결국 공개매수가격이 오른 만큼 주주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도, 대항공개매수가 유력해보이는 최 회장의 반격도 그 성공 여부는 결국 주주에게 달려 있어서입니다.


[앵커]

네, 김보연 기자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시작과 전망 들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기자]

네, 고맙습니다. /bo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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