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의 heavy?heavy!] '승자 없는' 줄다리기…조선·철강 '후판가격 협상' 팽팽

경제·산업 입력 2025-01-18 08:05:03 수정 2025-01-18 08:05:03 김효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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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째 공회전 중인 조선·철강업계 후판 가격 협상
선박 건조 원가 20%·철강 매출 10~15% 차지하는 '중요 품목'
조선업계 "불황때 누적된 손해 털어야…원자재 가격 줄여야"
철강업계 "녹록치 않은 시황…후판 저수익성 감내 어려워"

[김효진 기자의 heavy?heavy!]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중화학산업'. 중화학 분야 취재 3년차에 접어들며 비로소 '산업의 근간'인 중후장대 산업의 소중함과 매력을 확인했습니다."휘발유부터 칫솔까지"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중화학의 핫한 뉴스를 [김효진 기자의 heavy? heavy!] 에서 만나보세요. '무거운 산업'의 이야기를 문과 출신 기자가 '가볍고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이 어느 때보다 팽팽한 줄다리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두께 6mm의 두꺼운 철판을 말합니다. 조선업계는 선박을 만들 때 이 후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후판 가격을 협상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후판 가격 협상이 장기화되는 이유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습니다.

◇ 조선업계에도 철강업계에도 중요한 ‘후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모두에 후판 가격은 중요합니다. 후판은 선박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고, 철강기업 매출의 10~15%를 담당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9월 30일 기준 올해 1~3분기 후판 구입을 위해 약 8,859억 원을 지출했습니다. 조선분야 원재료값 중 22.7%에 달합니다.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조선용 후판과 건축용·자동차용·내외장재를 포함한 판재류 매출액이 10조2,674억원에 달했습니다. 매출액의 10~15%가 조선용 후판 매출인 점을 감안하면 약 1조7,000억 원~2조6,420억 원이 조선용 후판 매출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스코 포항 제철소와 포항 시내 전경. [사진=뉴스1]


◇ 공회전 하는 후판가격 협상…첨예한 입장 대립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후판 가격 협상은 유난히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와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지난해 9월부터 약 4개월간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 가격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해를 넘긴 것은 흔한 일은 아닙니다. 작년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어렵게 마무리를 지은데 이어 ‘산 넘어 산’의 형국입니다.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은 상·하반기 각 1회씩, 연 2회 진행합니다. 조선사와 철강사가 1:1로 수시로 소통하며 가격을 협의하고, 상반기와 하반기에 1회씩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후판 가격 협상이 유난히 길어진 이유는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서입니다. 중국산 저가 물량이 국내에 밀려들어오며 어려움을 겪는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올려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조선업계는 불황을 이겨내고 이제야 호황 사이클 국면에 접어든 만큼, 그동안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는 원자재 값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상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후반대에서 90만원 초중반으로 내려갔습니다. 90만원 초중반대를 기점으로 조선업계는 가격 인하를,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밀려들어오는 中 철강 제품에 주저앉은 K-철강 가격
중국산 조선용 후판 가격과 국내 조선용 후판 가격은 공개되지 않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유통시장에서 일반 후판의 국내·수입산 가격차를 통해 조선용 후판 가격차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일반 후판의 국내·수입산 가격차는 2025년 1월 기준 1톤당 약 11만3,330 원입니다. 조선용 후판은 일반 후판보다 생산시간도 길고, 생산 원가도 높아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 가격을 올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는 일반 후판 가격과 조선용 후판 가격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용 후판은 부식에 강하고, 극지 등 가혹한 환경에 견뎌야 합니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조선용 후판은 긴 압연 시간, 열처리 과정, 쇳물 과정에서 성능을 높이는 성분들을 추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 기간산업인 조선과 철강…장기적 관점 ‘상생’ 필요성 커져
조선산업과 철강산업 모두 대표적인 기간산업으로, 국가 성장의 기반이 되는 산업입니다. 후판 가격 협상이 장기화되며 산업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협상 장기화는 공급 납품 일정에 차질을 빚어 양측 모두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철강업의 경우 조선업뿐만 아니라 건설업, 자동차산업 등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양 업계는 모두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요. 조선3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기업의 영업이익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국 저가 물량 대거 유입으로 인한 시장 가격 교란으로 철강사들은 철강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고, 공장 문을 닫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1선재 공장 폐쇄,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을 축소 운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전 세계 철강사들이 철강제품 생산을 줄여 수급이 불안정했던 시기,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의 불황을 감안해 후판 가격 인상 폭을 줄였습니다. 철강도, 조선도 중요한 산업이자 의존성이 높은 원료 공급사·고객사인만큼 어느 정도의 현명한 상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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