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부터 "美 수입 철강 제품 25% 보편관세 부과"
'263만톤' 무관세 쿼터제 향방은 미지수
미국 현지 공장 건설 고려하는 철강 기업들
막대한 건설비용·높은 인건비는 부담 요소
미국 수출량, 전체 수출량의 약 10%…비용과 편익 놓고 '저울질'
정부, 국내외서 활발한 대미 아웃리치 활동 벌여
[김효진 기자의 heavy?heavy!]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중화학산업'. 중화학 분야 취재 3년차에 접어들며 비로소 '산업의 근간'인 중후장대 산업의 소중함과 매력을 확인했습니다. "휘발유부터 칫솔까지"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중화학의 핫한 뉴스를 [김효진 기자의 heavy? heavy!] 에서 만나보세요. '무거운 산업'의 이야기를 문과 출신 기자가 '가볍고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 변화를 앞두고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 트럼프 “3월 12일부터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25% 보편 관세 부과” 현지시간 10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다음 달 1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 철강재에 25%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는데요. 미국에서 쇳물을 만드는 철강제품이 아니면 모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제품 상태로 수입돼 미국 내에서 완제품이 되는 철강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사진=포스코]
◇ ‘263만 톤 무관세 쿼터’ 향방은 미지수 “25% 보편 관세와 미국 내 쇳물” 이 정도가 현재까지 나온 철강 관세에 대한 최신 정보입니다. 나라마다 적용되던 관세 방식 등이 달라 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우리 철강업계도 머리를 싸매고 치열한 고민에 들어갔습니다. 그간 미국에 수출되는 국내 철강 제품은 ‘263만톤 무관세 쿼터제’가 적용됐습니다. 총 수출량을 263만톤으로 줄이되, 263만톤까지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것입니다. 국내 철강업계의 머리를 싸매게 하는 부분이 바로 여깁니다. ‘25% 보편 관세’에 대한 세부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겁니다. ‘25% 보편 관세’가 기존 무관세 쿼터량인 263만톤을 초과하는 분량에 적용되는지, 무관세 쿼터를 백지화하고 모든 수출 물량에 25%의 보편 관세가 부과되는지, 무관세 쿼터 분량이 줄어드는지 세부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철강업계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유력한 대응책으로 떠오른 ‘미국 현지 공장 건설’ 관세 대응책의 유력한 카드로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이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미국에 철강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해 착공에 들어가고, 2029년에 제철소를 완공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과 가까운 남동부 지역이 유력하다고 전해집니다. 구체적인 규모, 전기로와 수소환원로 등의 생산 방식은 논의 중입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 공장이라는 확실한 수요처가 있어 '미국 현지 공장 건설 검토'라는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포스코도 미국 내 상공정 투자 확대를 검토 중입니다. 상공정은 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을 말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25% 보편 관세 부과책을 발표한 다음날 백악관은 현대제철의 철강 공장 건설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달 12일 관세 시행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 같은 모양샙니다.
◇ 막대한 건설비용과 높은 인건비는 현지 공장 건설 고민 요소 하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이 답이 될 수는 없다는 분석입니다. 막대한 건설비가 예상되는데다 높은 인건비 등이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어섭니다. 철강 제품을 생산할 때 아직까지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공정이 많은데요. 인건비가 높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비용 부담이 더 커집니다. [사진=서울경제TV]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는 철강 제품의 비율이 높지 않은 점도 고려 대상입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비 철강 수출량은 293만톤인데요. 전체 철강 수출량은 2970만 톤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량의 약 9.8%가 미국으로 수출된 것입니다. 9.8%의 수출물량에 대한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막대한 건설비와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지, 고민에 빠질 만하죠?
◇ 통상 당국 외교력 중요성 높아져…활발한 아웃리치 활동 돌입 그렇기 때문에 우리 철강 기업들은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안을 고심 중입니다. 이번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정부의 외교력도 중요한데요. 현재 적용되고 있는 무관세 쿼터제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통상 당국간 협상으로 얻어낸 것입니다. 정부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는데요. 이번에도 국내 통상 당국이 아웃리치 활동에 나섰습니다.
21일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와 만났습니다. 한국이 상호 관세나 철강·알루미늄 등 미국의 제반 관세 조치에 포함되지 않도록 요청했습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같은 날 한국에서 미국과의 협력 공고화에 나섰습니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면담하며 한·미 간 교역과 투자, 에너지 등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양국 관계가 경제 동맹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하며 “양국 교역과 투자에 영향을 주는 주요 제도와 정책이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 정책으로 인해 양국 협력 관계에 차질이 생겨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윤 대사대리는 “70여년 동안 안보·경제 등 다방면에서 깊숙이 관계를 맺어온 한미 동맹이 더욱 굳건해질 수 있도록 미국 대사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안덕근(왼쪽 두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접견실에서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 대리와 면담 기념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대외경제 현안간담회에서 대미 아웃리치를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을 주문한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아웃리치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호주에 대해 “미국의 비행기를 많이 구매했다”며 철강 관세 예외 국가로 지정했는데요. 기업가 출신다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책 방향을 눈치채고 우리 정부도 LNG 수입 확대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 중국 저가 철강 유입에도 ‘골머리’…철강산업에 닥친 퍼펙트 스톰 사실 철강업계의 고민은 트럼프 관세 부과 정책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의 저가 철강 유입으로 인해 국내 시장이 큰 피해를 받고 있는데요. 한꺼번에 미국, 중국에 대응해야 하는 현 상황을 보면 ‘철강산업에 퍼펙트 스톰이 오고 있다’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다행히 20일 산업부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일반 후판에 대해 최대 27.91~38.02%의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예비 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 후 본 조사를 거쳐 상반기 중 최종 판결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제품별로 상이하긴 하지만 통상 중국 철강 제품은 국산 철강 제품보다 20~30% 정도 저렴합니다. 비슷한 가격 조건 하에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그동안 중국 저가 철강 수출 물량이 대부분 수입규제가 덜했던 한국과 아시아, 중동 국가로 흘러든 것을 고려하면 덤핑 방지 관세가 어느정도 무역장벽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연이어 철강업계의 퍼펙트 스톰에 대해서 독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아웃리치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 주 동안 긍정적인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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