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회사? 주식회사?…고려아연 승패 가를 쟁점은 순환출자구조 '적법성'

금융·증권 입력 2025-02-02 11:33:18 수정 2025-02-02 11:33:18 김보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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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설립 손자회사 'SMC' 법적 형태 놓고 양측 대립
MBK "유한회사" vs 고려아연 "비공개 주식회사"


[서울경제TV=김보연 기자]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다시 한번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가처분 소송에서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데 활용된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상법상 형태가 중요 쟁점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풍의 의결권을 배제한 채 이뤄진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임시주총 하루 전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SMC에 최씨 가문이 보유하고 있던 영풍 지분을 넘겨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지는데, 최 회장 측은 이러한 법 규정을 활용해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25.4%의 의결권을 무력화한 것이다.

법이 회사 간 주식의 상호 소유를 규제하는 것은 출자 없는 의결권 행사로 주주총회결의와 회사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즉 A사와 B사가 서로 주식을 사주면 사실상 둘 사이 오고 간 돈은 '제로섬'인 상태가 되는데, 상대방에 대한 의결권을 인정한다면 출자 없이 회사를 지배하는 왜곡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한 의결권은 주식의 취득을 통해 주주 지위를 갖게 된 주주가 주주총회 결의에 참석함으로써 경영에 참여하는 권리인 점을 고려하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은 주식의 발행과 양도가 가능한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2019년 수원지방법원은 유한회사 에프앤티가 코스닥 상장사 피에스엠씨(현 HLB이노베이션)를 상대로 제기한 주총결의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주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주식회사와 주식회사 사이에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영풍·MBK와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이 이견을 보이진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임시주총 결의에 하자가 없다는 고려아연도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유한회사에 적용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SMC의 법적 형태다. 영풍·MBK는 SMC가 유한회사라고 보는 반면, 고려아연은 '비공개 주식회사'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이 호주에 설립한 중간지주사 선메탈홀딩스(SMH)를 통해 100% 지배하는 SMC의 공식 명칭은 'Sun Metals Corporation Pty Ltd'로, 여기서 'Pty Ltd'는 'Proprietary Limited Company'(직역 시 '소유 제한 회사')를 뜻한다. 호주 회사법(Corporations Act 2001)에 따르면 'Pty Ltd'는 직원이 아닌 주주의 수가 50인 이하로 제한되며, 기존 주주나 사원 등을 제외하고 투자자에게 공시를 해야 하는 자금조달 활동을 해선 안 된다.

영풍·MBK는 이러한 특징을 근거로 SMC는 유한회사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유한회사와 주식회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차이는 소규모성과 폐쇄성"이라며 2011년 개정 전 상법도 유한회사 사원 수를 50인 이하로 규정해왔다고 짚었다. 또한 호주 회사법이 'Pty Ltd'의 공모에 의한 주식·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을 금지하는 것처럼, 한국 상법도 유한회사가 공개적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없도록 사원 지분에 관해 지시식·무기명식 증권 발행을 금지한다.

정관으로 지분의 양도를 제한하는 점도 'Pty Ltd'와 유한회사의 공통점으로, 이 같은 'Pty Ltd'의 폐쇄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상법상 주식회사보다 유한회사에 가깝다는 것이 영풍·MBK의 설명이다.

반면 SMC를 '비공개 주식회사'라고 보는 고려아연은 "'Pty Ltd'는 자본금, 주식, 주주유한책임 세 가지를 본질로 하는 주식회사의 일종"이라며 "주식을 발행하고 주주가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회사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우리 법원에서도 'Pty Ltd'를 '비공개 주식회사'라고 판결문에 기재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지 공공기관에 등록된 서류에 따르면 SMC는 자본금이 출자지분이 아닌 주식으로 구성돼 있고, 총 5억5천183만1천931주의 보통주를 발행해 한국 상법상 유한회사와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상법상 주식회사에만 의무화된 이사회를 SMC 역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SMC가 주식회사라는 근거의 일부로 내세웠다. 영풍·MBK와 고려아연은 SMC의 법적 형태 외에도 외국회사에 국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손자회사의 자회사 간주 규정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지난 세 차례 가처분 소송전 결과를 보면 재판부는 법문 해석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며 이번에도 취지나 의미보다는 엄격한 문언 해석에 중점을 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영풍·MBK는 이번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별도로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 7명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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