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멤버십이 1억?"...펫 산업 뛰어드는 호텔·지자체
경제·산업
입력 2025-03-01 08:00:03
수정 2025-03-01 08:00:03
유여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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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 10조 규모 추산
호텔 레스케이프의 ‘Beloved Friends’
'펫 프렌들리 호텔' 1위, 교원그룹의 키녹
'반려동물 친화도시'로 변신하는 지자체들
지자체 특성에 맞춘 '지속가능한 운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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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유여온 인턴기자] 고급스러운 생화와 파티 장식, 다양한 견종 친구들을 초대해 강아지 생일파티가 진행되는 곳, 바로 '코코스퀘어'다. 이곳에선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식사를 즐기고 휴식을 취한다. 반려견 아카데미, 1:1 맞춤 아쿠아 피트니스, 스트레스 관리 등 반려견 전용 럭셔리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100만~1억 원에 이르는 가격에도 코코스퀘어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은 1만 명이 넘는다.
현행법상 일반음식점에 반려동물을 출입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코코스퀘어에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건,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적용한 1호 ‘합법적’ 반려견 동반 음식점이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마음 편히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값비싼 비용에도 많은 반려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8조 원으로, 현재는 10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꾸준한 성장세에 따라 민간 기업, 지자체 너나 할 것 없이 반려동물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텔, 리조트 등 관광업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5년 주목할 관광 트렌드'로 '반려동물 친화 관광 확장'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공사가 진행한 '반려동물 동반여행 현황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동반 국내 숙박여행 경험은 2022년 53.0%에서 2024년 60.4%로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아직 객실과 호텔 공용시설 내 반려동물 동반 불가 원칙을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실제 서울 주요 5성급 호텔인 △롯데호텔 △그랜드 하얏트 호텔 △호텔신라 △조선웨스틴호텔 △그랜드 워커힐 서울 등을 살펴봐도 시각장애인 안내견일 경우 제한적으로 출입이 허용되는 식이다. 그런데도 '반려동물 동반 숙박' 경험의 증가세가 가능했던 것은 '펫 프렌들리' 특화 전략을 내세운 시설들이 잇따라 등장해 반려인들의 수요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교원 그룹의 '키녹'과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레스케이프'다.
◇ 호텔 레스케이프의 ‘Beloved Friends’ 패키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레스케이프'는 펫 전용 객실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펫 프렌들리 호텔이다. 매 시즌 다양한 펫 브랜드와 협업해 ‘비러브드 프렌드(Beloved Friends)’ 패키지를 선보인다. 펫 객실에 반려견 전용 스킨케어 제품, 프리미엄 침대, 유모차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일부 고객에게는 안심 라운드 눈꼽빗, 동물 전용 귀 세정제, 발바닥 케어를 위한 모이스처 크림 등도 함께 제공한다.
반려인을 대상으로 하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바로 반려견의 피부 고민 상담 클래스다. 동물피부클리닉과 협업해 반려동물의 '피부 건강'을 주제로 한 클래스를 열고, 피부 고민에 대한 해결 방안을 다룬다. 반려동물의 웰니스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맞춤형 전략으로 읽힌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러한 프리미엄 서비스가 반려동물을 위해서라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큰손 반려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바울 페오펫 대표는 "반려동물 인구의 씀씀이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고급 식품, 고급 펫 가구, 서비스 등 원래 동물에게 잘 해주지 않았던 것들을 이제는 반려인들이 나서서 찾는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고 양육하는 '펫 휴머니제이션' 문화가 지속돼, 앞으로 펫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확실히 큰 기회가 열려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 '펫 프렌들리 호텔' 1위, 교원그룹의 키녹
키녹은 기존에 교원그룹이 운영해 오던 '스위트호텔 경주'를 8개월간 전면 보수해 철저히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재설계한 호텔이다. 모든 직원이 반려동물 매니저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이며, 안전을 위해 항상 반려견 훈련사가 상주하는 것이 키녹만의 차별점이다.
키녹만의 특화 전략은 공간구성에서도 돋보인다. 시청각이 예민한 반려견을 위해 플리커프리 조명과 초인등을 설치하고, 관절 건강을 고려해 높이가 낮은 가구를 전면 배치했다. 욕실에는 반려견 전용 샤워실을, 거실에는 펫 케어 모드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구비했다. 2500평 규모의 프리미엄 파크에서는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으며, 키녹 내 카페 겸 레스토랑 '스니프'에서는 멍푸치노와 멍치킨 등 반려동물 전용 건강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이 타깃을 명확히 좁혀 '반려동물 전용' 프레이즈를 내세운 키녹의 아이디어가 ‘2025 대한민국 브랜드 명예의 전당’ 펫 프렌들리 호텔 부문 1위를 수상할 수 있었던 주효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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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친화도시' 변신 꾀하는 지자체들
키녹이 위치한 경주시는 이달 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25 반려동물 친화 관광도시'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키녹 유치뿐만 아니라 유기동물 보호시설 '동물사랑보호센터'를 적극 운영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동물사랑보호센터'는 지난 2023년 전국 평균 입양률(27%)의 2배가 넘는 입양률(45%)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정으로 경주시는 2028년까지 총 20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게 됐다.
경기도 역시 2023년 여주시 16만5200㎡ 용지에 489억 원을 들여 국내 최대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반려마루'를 개장했다. 반려인 대상 생명존중 교육, 훈련사·펫시터 양성 클래스, 반려견 스포츠대회 등 반려동물과 관련한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한편, 유기동물 입양도 지원한다. 특히 정식 개관 이전, 화성 대규모 개 번식장에서 583마리의 개를 긴급구조해 보호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경기도는 이어 동두천시에 2028년 개장을 목표로 총 250억 원 규모의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놀이터, 유치원 등 기본 시설과 함께 반려동물 체험 다각화를 위한 문화센터, 공연장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 또한 2027년까지 56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기 연천군 일대에 반려동물 테마파크와 추모관을 완공할 방침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반려동물 친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친화 도시'라는 브랜드가 지자체 이미지 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와 함께 동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인식도 높아지면서, 자연히 반려동물 친화 전략이 긍정적 파급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호텔, 음식점 등 민간사업체를 넘어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따라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뛰어들며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는 것이다.
◇ 지자체 특성에 맞춘 '지속가능한 운영'
하지만 자칫 섣부른 사업 확장과 과도한 투자가 관련 지자체의 재정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실제 운영에 난항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1년 개장한 오산시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저조한 이용률로 재정난을 겪고 작년 초부터 운영 전반을 민간에 위탁한 바 있다. 울산 중구도 2021년 6월부터 소규모 반려동물 전용 공원을 조성해 운영했지만 비좁은 공간과 빈약한 콘텐츠 등으로 끝없는 민원을 받다 결국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관련 사업 추진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업 구상과 인프라 구축에 앞서, 충분한 사전 검토와 통계 구축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채호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자체 내부에 반려동물 관련 사업 전문가가 부족할 수도 있다"며, "교수 등 전문가, 반려동물 전문 사기업, 비반려인 관련 단체 등이 함께 발 맞춰 구성원 전체의 효용 증가를 위해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yeo-on03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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