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배려" vs "자영업자 부담 커"...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진통

경제·산업 입력 2025-02-15 08:00:09 수정 2025-02-15 08:00:09 진민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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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는 개정안 시행 몰라…비용 지원사업 참여율도 낮아
반발 끝에 내년 1월말로 미뤄져…소공연 무기 연기예정 촉구
같은 가맹점이라도 비용 부담 주체 전부 달라…”안내받은 적 없어”
전문가 “처벌만이 능사 아냐, 간접·포지티브 방식으로 나아가야”

맥도날드에 설치돼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다. ‘장애인 이용 배려키오스크’라는 안내판과 점자, 장애인 도움 호출벨이 부착돼있다.[사진=진민현 서울경제TV 인턴기자]

[서울경제TV=진민현 인턴기자]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 특별한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사회적 약자의 편의를 고려해 음성 출력, 안면 인식, 수어 영상 안내, 점자 기능 등이 내장된 ‘베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다.

취재진이 해당 키오스크를 직접 사용해본 결과,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일반 키오스크와 외관상 차이는 거의 없으나 추가적인 기능을 제공했다. 화면 하단 ‘도움 기능’을 누르면 일반적인 ‘터치주문’ 옵션과 ‘낮은 자세 주문’ 중 주문 방식을 고를 수 있다. 낮은 자세 주문을 선택할 경우 키오스크 화면 중 아래 절반에만 선택창이 제공된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누를 수 있었고, 안내 음량의 크기도 조절할 수 있었다.

◇ 베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의무화로 정부vs소상공연 갈등 빚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필요한 키오스크지만 최근 도입 의무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소상공인연협회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할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올해 1월 28일부터 의무화됐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의 극심한 반발 끝에, 정부는 기존 키오스크를 2026년 1월 28일까지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로 교체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연은 현실적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 소상공연은 소상공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 때까지 무기한 적용유예를 강력히 촉구했다. 또 “대부분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고가의 기기 구입·교체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최대 3배 비싸다.

[사진=게티이미지]

◇ 설치돼 있어도 해당 법안 인지조차 못해…가맹점에 따라 상황도 ‘천차만별‘ 

‘베리어프리 키오스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지난달 2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4년 소상공인 키오스크 활용 현황 및 정책 발굴 실태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 활용 업체 402개사 중 85.6%가 개정안 시행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높은 가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2년 전부터 비용의 70~80%를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했는데, 이 역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원사업 첫해에는 0대, 제작년엔 200대도 설치하지 못했고, 결국 관련 사업예산은 올해 삭감됐다. 

실제 베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는 맥도날드 점장 C씨 역시 “본사로부터 도입 지시가 있어 기기를 들였다”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개정안 자체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본사가 직접 운영·관리하는 직영점과 달리 독립된 사업체로 운영되는 가맹점은 상황이 가지각색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도시락집(가맹점)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본사에서 해당 정책과 관련해 안내문 발송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고 답변 받은 상태라며 비용은 본사측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답변 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샐러드 가게(가맹점)를 운영하는 업주 B씨는 “본사로부터 별도 안내나 공문을 받지도 못했고 처음 들어본다”며 “당시 개업할 때 자비로 키오스크를 300만원 정도 주고 직접 구매했는데 만약 교체하게 된다면 현재 키오스크와 연결돼있는 포스기까지 전부 교체해야 해서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신문고나 전화, 또는 각 지자체에 안내문 발송해서 계속 드리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내부 회의를 통해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취재진이 상암동 일대의 식당 약 10곳을 직접 찾아가 물어본 결과, 10곳 모두 지자체 측에 별도 안내나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 ”가뜩이나 물가 올라 힘든데”…혼란 속 영세·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금시초문

가맹·직영점들조차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영세·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기본적인 안내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취재진이 서울시 상암동 소재 한 양식 전문점에 찾아가 ‘베리어프리 키오스크’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이곳을 운영 중인 이모(35)씨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이씨는 “정부에서 안내를 받은 것도 없고, 이걸 자영업자에게 전부 부담하게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 해서 장애인분들이 이용한다고 해도 메뉴판, 가게 입구 턱, 책상 모서리 등 이런 부분은 또 다른 문젠데 키오스크만 도입 해서 실효성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 여성 주먹 크기만한 고수를 보여주며 “평균 5000원 하던 게 오늘 1만7500원으로 들어왔다며 지금은 비싼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베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가 업주를 처벌하려는 취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업장에 시정 조치를 거칠 것”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이 개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 “처벌만이 능사 아냐”…균형점 찾을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근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정책으로선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과태료 부과와 같은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 아니라 세제혜택, 장애인 친화 업체 선정 등 간접적이고 포지티브(Positive)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일반 키오스크를 쓰던 매장들도 유예기간이 끝나는 1년 뒤에는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로 바꿔야 하는 상황. ‘장애인 접근성 확대’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부담 완화’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jinmh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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