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일본 경제, 위기의 봄날
무르익어가는 인플레이션의 조건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을 강하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금리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코로나 이후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대형 재정 지출에 의한 통화가치 하락이라는 두 가지 관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어느 쪽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양적 완화 실시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는 대량의 자본이 공급되었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 진입했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 위기로 경제활동이 일시적으로 정체된 것과, 코로나 이후 경제적 디지털화에 대한 기대감에서 IT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금이 집중하고 주가는 폭등하고 있다. 영미권 국가들은 코로나 대책을 겸하여 IT인프라와 탈탄소에 거액의 재정지출을 예정하고 있으며, 경기회복 기대와 동시에 재정악화에 의한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2020년말까지는 장기금리가 1% 이하였기 때문에, 우려는 어디까지나 일부 시장 관계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으나, 2021년1월 이후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저명한 경제학자이며 클린턴 정권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렌스 서머는 "최근 30년 간 경험한 적 없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순식간에 논쟁이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현재의 세계경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환경임은 분명하다. 양적완화에 의한 대량 자금 공급에 초대형 재정지출이 더해지면서 수요 측 조건은 완벽하게 충족되었다.
인플레이션은 시간 문제?
한편 코로나 위기 속 재료나 식량 조달이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송 비용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하였고,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재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이나 금속의 가격이 급상승하고 반도체 역시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지 못해 자동차 제조 기업 일부는 생산계획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수요 측 요인에 더해 공급 측 요인이 더해지면서 교과서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환경이다. 그러나 양적 완화로 전대미문의 자금이 시장에 뿌려졌음에도, 활력있게 자금이 순환되는 상황이 아닌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생각만큼 인플레이션이 진행되지 않을지 모른다.
인플레이션은 어디까지나 시간의 문제일 뿐이며, 시장에 대량으로 자금이 공급된다면 이에 맞는 성장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 최종적으로는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만약 예상 이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진행된다면 급속한 금리상승에 의해 주가는 하락하고 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불황을 피한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화가치가 하락하여 현금 이외의 자산보유자와 중간층의 격차는 확대되고, 경제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저금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일본은 특히나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김동환 박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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