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2023’ 한국경마 10대 뉴스는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옥스퍼드와 함께 영미권을 대표하는 사전 출판사 미리엄 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로 ‘Authentic’을 선택했다. ‘진실의’, ‘진정의’라는 뜻을 갖는 어센틱.
인공지능의 발전 속에 편리함과 호기심에 밀려 흐릿해져 가는 ‘진정성’의 가치. 그 소중한 가치가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영롱하게 빛나는 곳이 바로 스포츠의 세계가 아닐까. 그 중에서도 사람과 동물이 혼연일체가 돼 숨막히는 질주를 선보이는 경마의 세계에서는 올 한해 한국 경마에서는 어떤 인물과 뉴스들이 자신들의 목표를 향한 ‘진정성’있는 레이스를 펼쳐왔는지 들여다본다.
◇작년에 이어 ‘데자뷔’ 보여준 올해의 주인공 ‘위너스맨’
작년도 올해도 그랑프리에 이어 연도 대표마까지, 주인공은 단 한명 바로 ‘위너스맨’이다. 2022년 코리아컵(G1)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위너스맨. 파워풀한 추입으로 그해 그랑프리까지 석권하며 당당히 연도대표마에 이름을 올린 그가 올해는 더욱 노련해진 모습으로 왕좌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올해 제41회 그랑프리(G1)에서 ‘글로벌히트’와의 숨막히는 접전 끝에 먼저 결승선을 밟았고, 연도대표마 타이틀 또한 이미 지난 ‘대통령배(G1)’에서 확정했다. 48억이 넘는 수득상금을 기록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통산상금 1위 기록도 갈아치웠다. 2024년 갑진년에는 ‘위너스맨’이 청룡처럼 더 높이 비상할지, 또 다른 다크호스가 등장할지 경마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도대표마이자 최우수 국산마에 선정된 위너스맨과 서승운 기수. [사진=한국마사]
◇‘부전자전의 힘’ 레이스데이와 기대되는 자마들
혈통의 스포츠인 경마에서 우승마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존재. 바로 부마(父馬)다. 지난 11월 캘리포니아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열린 제40회 브리더스컵 클래식(총 상금 60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한 ‘화이트 아바리오’. 그의 부마가 바로 제주 챌린저팜(대표 이광림)에서 씨수말로 활동하는 ‘레이스데이’다.
이미 ‘레전드데이’, ‘마이티고’ 등 자마들이 한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열린 1세마 경매에서 ‘레이스데이 자마’(한국 내 생산)가 무려 1억3,000만원 최고가에 낙찰되기도 했다. 아버지 ‘레이스데이’의 우수한 혈통을 이어받은 자마들이 내년에는 경주로 위에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지 기대해봄직 하다.
◇온라인 마권발매 시범운영 개시
지난 코로나19로 다중운집이 제한되며 본격적으로 필요성이 대두됐던 온라인 마권발매가 올해 12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참여가능 연령을 만 21세로 상향조정하고, 구매상한액을 5만원으로 축소하는 등 건전성에 무엇보다 초점을 맞춘 온라인 마권발매.
불법 온라인경마 흡수를 통한 세수기여 확대 등 중장기적 로드맵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게 될 동 제도는 앞으로 한국경마의 투명성, 건전성 강화를 이끌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의 벽 실감한 ‘코리아컵’…“도전은 계속”
다시 한 번 일본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던 코리아컵. 누구하나 쉬운 상대가 없었다. ‘스페셜위크’와 ‘킹카메하메하’의 명품혈통을 이어받은 ‘크라운프라이드(CROWN PRIDE)’, 일본경마의 심볼과도 같은 ‘딥임팩트’와 ‘키즈나’로 이어지는 금수저 집안의 ‘바스라트레온(BATHRAT LEON)’, 혈통은 말할 것도 없고 데뷔이후 단 1번을 제외하고는 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리메이크(REMAKE)’까지.
우수한 혈통에 국제경주 출전경험마저 풍부한 초강력 경쟁자들이 집합했던 ‘코리아컵(IG3)’과 ‘코리아스프린트(IG3)’.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 말들의 투혼은 빛났다. ‘벌마의스타’는 코리아스프린트에서 리메이크에 이어 2위를, ‘위너스맨(WINNER’S MAN)‘이 코리아컵에서 3위를 기록하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기부천사 경주마 백광, 제2호 명예경주마 선정
지난 9월 초대 명예경주마로 ‘청담도끼’가 선정된데 이어 지난 10일 두 번째 명예경주마로 선정된 ‘백광’은 2005년부터 7년간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활약했던 경주마다.
특유의 막판 추입으로 ‘은빛가속도’라는 애칭과 함께 아직도 많은 팬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백광’은 경주마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며 난치병을 이겨내고 ‘대통령배(G1)’ 준우승을 기록한 살아있는 전설.
‘백광’을 진정으로 아꼈던 故이수홍 마주는 ‘백광’의 이름으로 4,000만원을 기부했고 이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남기며 국내 ‘동물명의 기부 제1호’로 기록됐다. 아버지 같은 마주와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받았던 ‘백광’은 이제 안성팜랜드로 보금자리를 옮겨 안락한 여생을 보내게 됐다.
최초의 더비걸 김혜선 기수와 글로벌히트의 코리안더비 시상식. [사진=한국마사회]
◇한국경마 최초 ‘더비걸’ 탄생…내년이 더 기대되는 김혜선 기수
지난 7월 한국경마 최초의 더비걸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바로 김혜선 기수. ‘코리안더비(G1)’에서 ‘글로벌히트’와 호흡을 맞춰 깜짝 우승을 하며 최초의 더비걸이 됐다.
8월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2)’에서도 연이어 우승하며 대상경주의 여왕으로 거듭났다. 그녀는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한국경마 최초이자 유일의 여성기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지난 12월 17일 열린 ‘그랑프리(G1)’에서 아깝게 코 차이로 우승을 놓쳤지만, 현존 최강 경주마 ‘위너스맨’을 위협하는 실력을 보이며 멋지게 올해 피날레를 장식했다. 올 한해 대상경주에서 두 번이나 우승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낸 김혜선 기수의 2024년이 기대된다.
◇‘부경마 돌풍’…한국경마 시리즈 싹쓸이
올해 열린 한국경마 시리즈 경주 7개 중 5개 시리즈 최우수마를 부경에서 차지했다. 특히 부경의 ‘즐거운여정’은 ‘트리플티아라’와 ‘퀸즈투어F/W’를 석권하며 암말 라이징스타로 떠올랐다.
이에 맞서 서울에서는 흥행보증수표 ‘라온家’에서 서울의 명성을 지켰다. 시리즈별 최우수마는 ▲쥬버나일(국산2세)에 부경 ‘한강클래스’ ▲트리플크라운(국산3세)에 부경 ‘글로벌히트’ ▲트리플티아라(국산3세 암말)에 부경 ‘즐거운여정’ ▲스테이어(3세↑장거리)에 부경 ‘투혼의 반석’ ▲스프린터(3세↑단거리)에 서울 ‘라온더파이터’ ▲퀸즈투어S/S(3세↑암말)에 서울 ‘라온더스퍼트’ ▲퀸즈투어F/W(3세↑국산암말)에 부경 ‘즐거운여정’이 차지했다.
◇대한외국인의 활약…외국인 기수 전성시대
올해는 외국인 기수의 활약이 돋보이는 한해였다. 서울 안토니오 기수, 부경 다실바 기수가 좋은 성적으로 맹활약했다. 안토니오 기수는 승률 23.8%로 ‘2023 최우수 기수’에 선정됐고, 다실바 기수는 부경에서 서승운 기수에 이어 다승 2위로 한해를 마무리했다.
2006년 브라질에서 데뷔한 안토니오 기수는 브라질과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다 2017년 5월부터 한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안토니오 기수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경주로를 떠나지만, 빅투아르, 다비드, 푸르칸, 다실바 기수가 남아 경주로를 지킬 예정이다.
또한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부경에서 데뷔를 앞둔 외국인 기수 ‘알란 먼로’를 포함해 5명의 신규 외국인 기수가 활동을 예고하고 있어 한국경마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된다.
◇“동물학대 논란 그만”…제주마 경주 전면 시행
렛츠런파크 제주에서는 올해 100% 제주마 경주를 시행하는 원년이었다. 1990년 개장한 렛츠런파크 제주는 개장 초기 제주마 경주 자원이 부족해 제주마 뿐 아니라 세계 공인 경주마인 더러브렛종과 제주마의 교잡종인 한라마를 경주마로 활용해왔다.
그런데 한라마의 경우 경주마 체고 제한규정(137cm 이하)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말을 굶기거나 말굽을 깎는 등의 동물학대 논란이 있어왔다. 이에 마사회는 2016년부터 제주마 경주 전면시행을 단계적으로 준비해왔고, 지난해 제주마 경주 87%, 한라마 경주 13% 비율로 시행한데 이어 드디어 올해 100% 제주마 경주만 시행하게 됐다.
◇중대재해 ‘제로’를 향해…“안전 최우선”
최근 모든 산업현장의 중요한 화두인 ‘중대재해방지’. 경마도 예외일수 없다. 대동물인 말과 함께하는 업(業) 특성상 경마현장에는 낙마, 부딪힘, 밟힘 등의 재해가 자주 발생하곤 한다.
한국마사회는 빈도수가 가장 많은 낙마사고 예방을 위해 주로조교 자격제도, 경주마 출발 안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사고율을 대폭 줄였다. 경마팬을 위한 안전도 강화에 나섰다.
매 주말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는 경마공원 특성을 감안해 한국마사회 직원들은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을 익히는 등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모토 아래 안전한 환경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안전을 향한 이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은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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