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인 듯 제로아닌 제로같은 너”…가짜 제로 주의보
경제·산업
입력 2025-02-08 08:00:07
수정 2025-02-08 08:00:07
김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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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엿·폴리글리시톨 첨가된 '당류 제로' 커피 성행
당알코올 등 특정 감미료 혈당 상승 위험 있어
현행법 상 성분 표기에 맹점 있어
제로 시장 커지는 만큼 소비자도 유의해야
[서울경제TV=김수윤 인턴기자] 회사 비품 구매를 담당하는 A씨는 최근 직원들로부터 탕비실에 '스테비아 커피믹스'를 구비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A씨는 "예전에는 커피믹스가 살찐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주문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됐는데, 스테비아 커피믹스로 바꾼 이후 대량으로, 더 자주 주문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테비아 믹스커피에 대한 수요는 매번 늘어나고 있다.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스테비아'의 누적 판매량이 1억 잔을 돌파했다고 1월 22일 밝혔다. 스틱커피 시장 부동의 1위라고 평가받는 동서식품도 2월 4일 '맥심 모카골드 제로슈거'를 출시하며 제로 믹스커피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기존의 커피믹스와 스테비아 커피믹스의 차이점은 주 원재료와 열량에 있다. 일반 커피믹스는 설탕과 포도당을 주로 사용한다. 반면 스테비아 커피믹스는 스테비아를 주 재료로, 수크랄로스·에리스리톨 등의 대체당이나 당알코올 등을 혼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통상 일반 커피믹스의 칼로리가 50~60kcal(스틱 한개 기준)인 반면, 스테비아 커피믹스는 10~30kcal로 비교적 열량이 낮기 때문에 체중 감량이나 혈당 조절 목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
▲ 당류 첨가된 '당류 제로' 커피…혈당 상승시키고 체중감소 방해해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는 '스테비아 커피믹스' 제품 대부분이 혈당 상승을 유발하는 원료를 포함해 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네스카페 수프리모 스테비아 커피믹스', '펄세스 프리미엄 스테비아 커피믹스 골드 에디션' 등 조사한 20개 제품 중 15개가 물엿 혹은 폴리글리시톨시럽을 함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해당 제품들은 대부분 포장지와 박스에 ‘당류 없는’ 혹은 ‘당류 제로’와 같이 표기하고 있다.
물엿과 폴리글리시톨시럽은 혈당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들이다. 물엿은 주로 포도당(글루코스)과 맥아당(말토스)으로 구성되어 있어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대표적인 당류로 볼 수 있다. 특히 맥아당(GI지수 105)은 포도당(GI지수 100)보다도 혈당을 더 빠르게 올릴 위험이 있다. 이렇게 혈당이 오르게 되면 인슐린이 분비되고 지방 저장을 촉진해 체중 감소에 방해될 수 있다.
폴리글리시톨시럽도 마찬가지다. 해당 성분은 말티톨과 솔비톨 같은 당알코올(폴리올) 혼합물로 구성된 감미료다. 일반적으로 당류보다 혈당 상승효과가 낮지만 말티톨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말티톨의 혈당지수(GI지수 35~50)가 비교적 높아 혈당을 어느 정도 올릴 수 있다.
▲ 진짜 제로일까…성분 표기의 맹점
물엿과 폴리글리시톨시럽이 당류에 해당한다면 스테비아 믹스커피에 '무당' 혹은 '제로' 표기되거나 영양 성분표에도 '당류 0%'로 표기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영양 표시' 제도에 있다.
우리나라 영양표시법 기준 영양 성분표에서 '당류'(Sugars)는 단당류(포도당, 과당)와 이당류(설탕, 맥아당, 유당)만 포함된다. 하지만 물엿과 폴리글리시톨 시럽은 주로 올리고당(3개 이상의 당이 결합한 형태)이나 당알코올(폴리올)로 구성되어 있어, 단순당(단당류·이당류)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설탕은 '당류'로 표기되지만, 물엿이나 폴리글리시톨 시럽은 '탄수화물'에 포함되고 '당류'로 표기되지 않는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분표 상의 '당류'가 식품 100g 혹은 100㎖당 0.5g 미만일 때, 식품의 명칭 혹은 포장에 '무당', '제로' 등 강조 표시를 할 수 있다.
▲ 영양 표시 개정 나선 식약처…그러나 한계 있어
식약처는 '무당(제로), 무가당'의 용어 사용 시 추가 표시 사항을 적용한 영양 표시법을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작년 12월 26일 밝혔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감미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감미료 함유'를 해당 강조표시 주위에 14포인트 이상 활자 크기로 표시해야 한다.
또한 '무당 혹은 무가당'에 해당하지만 '저열량' 또는 '열량 감소' 등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총 내용량에 해당하는 열량' 혹은 '저열량 제품이 아님' 문구를 해당 강조표시 주위에 14포인트 이상 활자 크기로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감미료 함유'라는 표시를 보더라도, 해당 감미료가 정확히 어떤 감미료인지, 혈당 상승을 유발하는지, 저열량 성분인지 알 수 없다. 예컨대 제로 식품류에서 많이 쓰이는 감미료 중 아스파탐·수크랄로스·에리트리톨 등은 혈당 상승을 유발하지 않지만, 말티톨은 혈당 상승을 유발한다. 심지어 물엿은 감미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감미료나 당알코올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이어지자 미국식품의약국(FDA)는 2021년 1월 1일부터 탄수화물(Total Carbohydrate)란 하위에 첨가당(당알코올, 감미료)의 함량과 성분을 표기하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 당류 협회는 소비자 연구보고서를 통해 “제로 식품 구매자의 63%가 식품과 음료에 감미료로 사용되는 당류 대체품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제로 시장 더욱 커질 것…소비자도 무분별한 소비 지양해야
2024년 4월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로 음료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903억원에서 2021년 218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3000억원, 2023년에는 1조2780억원으로 7.8배 성장했다. 건강과 함께 즐거움을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등의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관련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로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제조 업체들의 정직한 성분 표기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채호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마케팅전공 교수는 "단기적인 판매를 위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마케팅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며 "고객을 '브랜드의 팬' 혹은 '평생 함께할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소비자의 행복과 웰빙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현재 제로 시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비교적 새로운 트렌드이기 때문에 소비자도 무분별한 제로 제품 구매를 지양하고 정확한 제품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u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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