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몽탄 신도시?”…몽골 내 한국 편의점 '전성 시대'

경제·산업 입력 2025-02-15 08:00:03 수정 2025-02-15 08:00:03 김수윤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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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현지서 한국 편의점 '700개점 돌파'
한국 체류 경험 있는 몽골인 2% 달해…"K-패치 완료"
단순한 매장 넘어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부상
앞으로도 아시아 매장 늘려나갈 계획

지난 8월 몽골 현지에서 열린 'CU 몽골 400호점 개점 기념식' 현장.[사진=BGF리테일]

“여기가 한국인지, 몽골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A씨는 지난 1월 다녀온 몽골 여행에 대해 이같이 추억했다. 특히, 한국 편의점이 한 블록마다 몇 개씩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눈길 닿는 곳마다 한국 편의점이 있어서 불편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지 상품 위주로 판매되고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A씨는 “불닭볶음면, 서울우유, 심지어 ‘연세우유 생크림 빵’까지 한국 제품들이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 CU 441개점, GS25 273개점…몽골, 한국 편의점 유행

실제로, 몽골 현지에는 한국 편의점들이 상당히 많이 진출해 있다. 2025년 1월 기준으로, 해외에 있는 한국 편의점 약 1300개 중 700개 이상이 몽골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CU는 몽골에서 441개, GS25는 273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CU의 몽골 점포 수는 2018년 21점, 2019년 56점, 2020년 103점, 2021년 163점, 2022년 285점, 2023년 380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단순히 많이 진출한 것을 떠나, 한국 편의점들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CU의 몽골 현지 파트너사인 프리미엄 넥서스 사는 2024년 상반기 실적이 매출액 2861억 투그릭(약 1173억원), 경상이익 96억 투그릭(약 39억원)을 기록했다고 2024년 7월 1일 공시했다. 후발주자인 GS25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5월 몽골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24년 1월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섰다.

▲ 몽골인, 한국에서 ‘K-패치’ 완료

한국 편의점이 몽골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이유는 한국에 체류했던 경험이 있는 몽골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몽골인은 5만5802명에 달한다. 유엔의 최신 데이터에 따른 2024년 몽골의 총 인구 수가 347만5540명인 것을 고려하면, 인구의 약 2%가 한국에 체류 중인 셈이다. 아울러 과거 한국에서 생활했던 몽골인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숫자가 된다.

이때 한국에서 일이나 유학을 했던 경험이 있는 몽골인들이 귀국 후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인원들이 한국 편의점에서 일을 하게 되면 한국어에 능숙하고 한국식 서비스(친절한 응대, 빠른 결제 시스템, 매장 청결 유지 등)를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어, 높은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씨가 만난 현지 가이드도 한국에서 3년간 유학을 하고 몽골로 돌아와, 한국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가 가이드 업을 시작했다. 그는 가이드에 대해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성격과 매운 것을 좋아하는 식성까지 모든 부분에서 한국인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트라(KOTRA)의 2024 해외 출장자료에는 “몽골인들의 경우 한국어를 구사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바,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몽골인들의 ‘K-패치’가 국가기관에서 인정할 만큼 완벽한 수준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 성공 비결은 ‘화장실’?…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떠오른 편의점

몽골 내 한국 편의점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바로 ‘화장실’이다. 

몽골, 특히 수도인 울란바토르 도심에는 깨끗한 공공 화장실이 부족하다. 공공 화장실이 있더라도 500투그릭(약 210원)~1000투그릭(약 420원)을 지불해야 하는 유료로 운영되거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몽골의 겨울은 매우 춥기 때문에 실외 화장실이 얼어붙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몽골 CU매장 내 무료개방 화장실.[사진=BGF리테일]

이를 겨냥해, 국내 편의점 업체들은 점포를 몽골 내 부족한 공공시설을 대체할 수 있도록 꾸몄다. 휴게공간과 화장실 등을 갖춰 몽골 소비자가 편의점을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24시간 내내 어느 편의점에 가도 무료 개방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무료 핸드폰 충전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빵, 떡볶이 등 따뜻한 즉석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실제로 몽골 현지 편의점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하거나, 친구 혹은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한국 음식 좋아요“…K-푸드에 빠진 몽골

편의점 판매 품목 중 가장 핵심인 ‘음식’도 빠질 수 없다.

한국 편의점 업체들은 추운 날씨로 인해 길거리 음식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점, 35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64%를 차지하는 점 등을 겨냥해 상품을 구성했다.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판매하는 형태 그대로의 제품, 현지화 제품 등 제품의 성격과 상관없이 도전적으로 구매하는 성향이 높아 어떤 제품이나 현지에서 잘 팔리는 편이다.

몽골 CU 매장에서 판매중인 PB상품 '연세우유 생크림 빵'.[사진=BGF리테일]


실제로, CU의 PB상품인 ‘연세우유 생크림 빵‘은 1월 9일 기준 몽골 현지에서만 20만개 이상 팔렸다. 같은 회사의 'GET커피'도 점포당 하루 200여잔씩 팔리는 등 한국 점포의 10배를 넘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한국 제품 외에도 몽골의 전통 음식인 ’부즈‘(속에 양고기가 든 만두) 맛의 호빵, 초이왕(고기와 야채를 볶아 만든 국수요리) 볶음면 같은 몽골 현지화 제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떡볶이, 한강 라면 등 한국의 길거리 음식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허르헉 같은 몽골 전통 음식들은 대부분 간이 약한 편인데, 편의점 음식 특유의 자극적인 맛이 몽골의 젊은 소비자 층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 “몽골 넘어 아시아 호령한다”…운영 범위 늘려가는 편의점

한국 편의점은 몽골을 넘어 ‘아시아 정벌’에 나설 예정이다.

CU는 2028년에 말레이시아에 500개, 2029년 카자흐스탄에 500개 이상의 점포를 개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S25는 올해 베트남과 몽골에서 각각 500점 이상 총 1000개점 확대할 계획이다. 2024년 말까지 몽골 267개점, 베트남 355개점을 운영, 총 622개점으로 늘린다. 2027년까지는 글로벌 매장 수 1500개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베트남 하노이 진출을 본격화해 베트남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도 "향후 5년 내 말레이시아 300개점, 캄보디아 100개점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 진출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지점을 늘려나가는 것을 넘어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며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형태의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CU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라면 라이브러리’나 몽골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던 친환경·고효율 게르(Ger) 사업 성과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앞으로도 현지 문화와 한국 문화를 적절히 고려한 사업들로 외국에서도 K-편의점의 위상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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