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기업 도미노 인상…식품·외식 물가상승률 3% 넘나

경제·산업 입력 2025-03-30 09:23:54 수정 2025-03-30 09:23:54 진민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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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커피·라면·햄버거·맥주 가격 줄줄이 올라
환율 급등에 원재료 수입가격 뜀박질…정국 혼란도 겹쳐
농식품부 "영업이익 늘고 가격 올리는 기업에 융자금 적게 줄 것"

[사진=뉴스1]

[서울경제TV=진민현 인턴기자] 커피, 초콜릿, 빵·케이크에서 라면, 만두, 햄버거, 아이스크림, 맥주까지 올해 들어 석달 간 품목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가격을 올리거나 올리기로 한 식품·외식 업체는 현재까지 파악된 곳만 40개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식품기업의 가격 인상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달러 강세와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60원대까지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데다 원재료 등 각종 비용이 오른 것이 가격 인상 도미노의 직접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정국 불안을 틈타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앞당긴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당장 정부의 물가 관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먹거리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지수 상승률이 곧 3%를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에서 나온다.

전년 동월 대비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1월 2.7%로 급등했으며 지난달에는 2.9%까지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2.0%)을 훨씬 상회했다. 또 지난 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를 기록했다.

편의점에서는 다음 달 1일 오비맥주와 오뚜기 라면·카레,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남양유업 음료, 롯데웰푸드 소시지 등의 가격이 오른다.

가정용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 오비맥주 카스는 병과 캔이 100∼250원 오른다. 하이네켄, 칼스버그, 기네스 맥주도 각각 10%가량 인상된다.

오뚜기 진라면·열라면 큰컵은 1400원으로, 참깨라면 큰컵은 1800원으로 각각 100원이 오른다. 오뚜기 3분 쇠고기 카레와 짜장은 2500원으로 300원씩 인상된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는 찐만두와 왕교자가 10% 남짓 오른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1000∼2000원 오르고 허쉬초코바 가격도 인상된다.

남양유업 초코에몽과 딸기에몽은 200원 올라 1600원이 된다. 롯데웰푸드 의성마늘프랑크와 키스틱도 200원씩 오른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오비맥주 가격은 다음 달 1일 평균 7% 오른다. 카스 후레쉬 355㎖ 캔 6개 제품은 9850원으로 800원 인상된다. 오비맥주가 유통하는 버드와이저 330㎖ 병은 100원 오른다.

다음 달 18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오뚜기 대표 제품인 진라면(5개입)은 3950원으로 9.4% 인상될 예정이다.

작년 12월만 해도 가격을 올린 기업은 오리온을 빼고 거의 없었으나 올해 들어서면서 가격 인상이 줄을 이었다.

우선 지난 1월 스타벅스가 원두 가격과 환율 급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자 커피 브랜드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폴바셋, 할리스, 파스쿠찌, 컴포즈커피, 더벤티, 투썸플레이스, 네스프레소가 가격을 올렸고 이디야커피는 '배달 전용 판매가'(이중가격제)를 도입해 배달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8개월 만에 초코빼빼로 등 제품 가격을 또 올렸다.

SPC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빵과 케이크 가격을 인상했다.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롯데웰푸드, 빙그레, 해태아이스 제품 가격이 올랐고 배스킨라빈스, 하겐다즈도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은 특히 이달 들어 봇물 터지듯 했다. 정부가 물가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는 라면도 예외가 아니었다.

1위 업체 농심 지난 2023년 정부 압박에 50원 내렸던 신라면 가격을 1000원으로 다시 올리는 등 라면값을 2년 6개월 만에 인상하자 오뚜기도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맥주는 1위 오비맥주에 이어 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사히, 하이네켄도 가격이 이미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햄버거는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버거킹이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이디야커피 외에도 맘스터치와 굽네치킨은 일부 매장에서 배달 메뉴 가격을 올리면서 이중가격이 확산했다.

많은 기업은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원부자재와 인건비 등이 오른 데다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수입 단가가 높아졌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기업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린 배경에는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 가격을 인상하는데 부담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식품기업 관계자는 "2022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자 업계가 무더기로 가격 인상에 나섰을 때와 현재 기업 부담과 환율 등의 상황이 비슷한 수준"이라며 "여기에 대중의 관심이 국정 상황에 쏠려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일부 기업에선 이런 비용 압박에 따라 가격을 올려도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기업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의회는 커피 원두와 코코아는 올랐지만, 밀가루와 식용유, 옥수수 등 원재료 가격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내렸으며 오리온 등 식품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20%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푸드의 인기로 식품기업의 실적 호조가 예상돼 주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송미령 장관, 박범수 차관이 식품기업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물가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식품기업의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요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적용, 수입 부가가치세 면제, 원료구입 자금 지원 등 다각적으로 돕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대해 "작년에 (정부가) 막았던 게 한계에 부딪힌 것 같기도 하다"면서 "농산물은 많이 안 오른 것 같은데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상당히 뛸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농식품부 관계자는 "환율 상승 등으로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지만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에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고 있다"면서 "영업이익이 늘었는데 가격을 올리는 기업에는 융자금을 적게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jinmh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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