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혁 의지 없는 거대양당, 산으로 간 선거제 개편
[서울경제TV=전혁수 기자] 23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통합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이른바 ‘4+1 협의체’가 비례의석 3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내놨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1등만 당선되는 제도로 다량의 사표를 발생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특성은 실제 지지 의사와 관계없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보고 투표하는 심리를 부추겨 거대양당 중심의 의회 구조를 조장한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사표를 방지하고 비례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많은 정치학자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현행 선거제의 대안으로 제시했고, 2015년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을 권고했다.
19대 국회 선거제 개편 논의에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주장했다.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연동형 비례제는 줄곧 민주당의 당론이자 대선공약이었다. 그러나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자 민주당의 입장이 바뀌었다.
연동형 비례제에 찬성한다면서도 연동률을 낮추려고 시도했고, 지난 1월 민주당은 50% 연동률을 적용하는 준연동제를 내세웠다. 결국 연동형 비례제 논의는 후퇴를 거듭한 끝에 50% 연동률을 비례의석 30석에만 적용하는 개편안 탄생으로 일단락됐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누더기 선거제 개편안’이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좌파 독재 법안’으로 매도하더니, 이제는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제1야당이 ‘꼼수’로 제도를 무력화시키겠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제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이유는 의석을 양분해 ‘안전한 2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적대적 공생관계’로 대한민국을 양분해온 두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단 얘기다.
사표를 방지하고 비례성을 높여 민주주의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선거제 개편 논의. 거대양당의 등쌀에 하지 않느니만 못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wjsgurt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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