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사업 주저하게 하는 ‘상속세 공포’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데, 신사업에 손을 대면 가업상속공제를 못받게 된다네요.”
1970년대 1인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코스닥 상장사를 일궈낸 한 중소기업인의 고민이다. 그의 고민의 키워드는 ‘가업 승계’와 ‘신사업 진출’이다. 그는 “이제는 내가 사업으로 뭔가 더 이루기보다는, 일궈놓은 기업으로 내 자식 뿐 아니라 손자들까지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 뿐 아니겠냐”고 답답해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연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대상이 되기 위한 요건도 까다롭지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후에도 업종·자산·고용 유지 등 사후관리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 공제받은 세금을 도로 내놓아야 한다.
일정 기간 업종을 유지해야 하다 보니,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미래 신사업 계획과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려던 계획이 충돌한 셈이다.
업종 유지 기간은 최근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됐고, 업종변경 허용 범위가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소분류 내에서 중분류 내로 확대됐다.
하지만 신사업과 가업승계를 둔 중소기업인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여전한 상속세율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최고 50%에 달한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업상속공제와 같은 제도 없이 중소기업 후계자가 안정적으로 가업을 승계하기란 쉽지 않다. 재벌가 3·4세도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나면 해외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되는 등 경영에 지장을 받는 실정이다.
고율의 상속세는 우리 강소기업의 역사를 끊고 신사업 진출마저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 세무회계 사무소 홍보물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상속세는 재벌의 경우 여러 루트를 통해 안낼 수 도 있지만 정당하게 낸다면 하나의 사업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서운 세금입니다.”
제대로 냈다가는 큰일 나고, 제대로 냈을 것으로 서로 믿지도 못할 정도의 높은 세율이라면, 현실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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