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철회…사업재편 향방은
[앵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가 어제 ‘주주와 시장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며 합병 철회를 선언했습니다. 지난 7월 11일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한지 49일 만입니다. 두산그룹이 추진하려던 사업구조 재편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뭔지 알아봤습니다. 김효진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가 합병을 철회한 배경은 뭔가요?
[기자]
주주들의 극심한 반대와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 때문입니다. 두산그룹의 알짜 기업인 두산밥캣과 적자를 내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해 지배주주인 두산그룹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인데요.
두산그룹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합병을 진행하려 했었는데요. 본래 내놓은 합병비율에 따르면 두산밥캣이 1, 두산로보틱스가 약 0.63으로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의 주식을 받기로 돼있었습니다. 합병 비율이 실적으로 본 기업가치와는 정반대로 두산로보틱스에 유리하게 산정돼 주주들의 반대가 컸습니다. 두산밥캣은 영업이익 1조원대 알짜기업이고, 두산로보틱스는 영업손실 200억 원을 내는 상태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두산그룹이 사업 구조재편을 발표한 2주 뒤 두산그룹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두산이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이틀 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횟수에 제한없이 정정을 요구할 것이다”라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두산은 이후 반기보고서에 따른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열흘 뒤 금융감독원은 또다시 정정을 요청했습니다. 2번째 정정 요청을 받은 사흘 뒤인 어제, 사업구조 재편 발표 49일만이죠.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합병 계획안을 철회했습니다.
양사는 어제 긴급이사회 이후 대표이사 명의 주주 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이라도 주주들과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며 철회 이유를 밝혔습니다.
[앵커]
두산그룹이 당초 합병을 통해 얻고자 한 사업구조 개편 효과는 뭔가요?
[기자]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주주가치 제고가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 사업구조를 3대 부문으로 재편하기로 한 건데요. 지난 7월 11일 두산그룹은 핵심 사업을 클린에너지와 스마트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로 정하고, 계열사 위치를 사업 성격에 맞게 조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간지주 역할을 해온 두산에너빌리티는 SMR과 원자력 등에 보다 집중하고요. 자회사 두산밥캣의 부채 약 7,000억 원을 떼어낼 수 있어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해 SMR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앵커]
이번 합병안 철회 이후 계획은 뭔가요?
[기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분할합병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두산밥캣의 지분 46%를 들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설법인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겁니다. 원래 합병안에서 포괄적 주식교환만 빠지는 건데요.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는 아니지만 자회사가 되는 겁니다.
형태만 달라질 뿐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넘어가는 건 마찬가지라서 주주들 반발이 여전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편,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가 발송한 주주서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금 확보를 위해선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박 대표는 “세계적 원자력 발전 호황을 맞아 전례없는 사업기회를 두고 있다”며 “밥캣의 차입금을 덜어내고 비영업용 자산을 처분해 총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해 이를 생산설비 증설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밥캣 분할 시 배당수익 감소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재원 1조원을 투자하면 배당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율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두산그룹은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조만간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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