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음반 사러 편의점으로"… K-팝 성지된 편의점
경제·산업
입력 2025-03-15 08:00:05
수정 2025-03-15 08:00:05
유여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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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까지 영역 확장…이색 편의점 입소문
아이돌 산업과 협업해 고객 경험 차별화
1020·해외 관광객 유입 많은 지점 특화

[서울경제TV=유여온 인턴기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한 편의점. 이들이 구경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K-POP 앨범이다. 대형 모니터에서는 제니의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온다. 교복을 입은 학생 몇몇은 수백개의 정사각형 블록이 움직이는 화면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흡사 공연장에 온 듯한 분위기다.
편의점에서 아이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CU의 '뮤직라이브러리점'이다. 이곳은 원래 'CU AK&홍대점'이었다. 외국인 관광객, 1020 아이돌 팬층의 유입이 많은 장점을 살려 평범했던 매장을 '엔터 특화' 컨셉으로 전면 리뉴얼했다. 일반 상품 공간 옆에 위치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에는 200여개의 아이돌 앨범과 굿즈가 진열돼 있고, 가로 6m·세로 2m 가량의 '키네틱 사이니지'에서 아이돌 뮤직비디오가 수시로 송출된다.
CU의 이런 시도는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YG엔터테인먼트의 IP 사업 자회사 'YG플러스'와 손잡고 'K팝 거점 매장'을 꾸며 트레저의 정규 2집을 판매했다. 매장에 직접 와서 앨범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특별히 포스터를 제공했다. 럭키드로우 행사, 멤버 사진과 친필 사인이 인쇄된 나마네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자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성지순례가 이어졌다.
CU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곧이어 아이돌 협업 상품도 출시했다. 있지(ITZY)와 함께 출시한 '트윈지카롱'과 트윈지젤리'는 멤버들을 고양이로 형상화한 '트윈지'의 띠부씰이 들어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원하는 멤버가 나올때까지 상품을 구매하거나, 멤버별 스티커를 모두 갖기 위해 여러 개를 구매하는 팬덤 문화를 꿰뚫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k팝 IP를 접목해 상품을 출시하거나 앨범을 판매하면, 팬들의 다중구매 심리를 자극해 매출 증대를 이끌어내기 수월한 것으로 분석된다.
CU 뮤직라이브러리점은 앞선 시도들을 바탕으로 아이돌 팬들을 정조준해 MZ들의 핫플레이스이자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 잡았다. 오픈 후 처음 선보인 TXT 팝업에선 앨범 3500장을 4시간 만에 완판하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돌과 협업해 상품을 출시하거나, K-POP 음반 판매 채널로 정체성을 확장하는 움직임은 편의점 트렌드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너도나도 팬덤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나가고있는 가운데, 각사는 차별점을 확보하기 위해 '단독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 이마트24, 'STAYC'에 이어 갓 데뷔 신인앨범도 단독 판매
이마트24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TAYC의 앨범을 단독 판매한다. 멤버들의 취향을 반영한 상품도 함께 출시하는데, 도시락·주먹밥·디저트 등 모든 상품 패키지에 스테이씨 IP가 적용된다. 멤버들과의 상품개발 스토리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단독 특전도 내세웠다. 앨범을 구매하면 '미공개 포토카드' 1종을 제공하고, 협업 상품을 구매한 이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대면 팬사인회 초청권'과 굿즈도 제공한다. 이마트24는 이번에 새로 데뷔하는 보이그룹 누에라(NouerA)의 첫 앨범도 단독 판매에 나서며 음반 판매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중이다.
엔터 업계 전문가는 편의점과의 컬래버가 윈-윈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10~30대가 주축인 K-POP 아이돌 팬층과 편의점의 주고객층이 겹치는만큼, 편의점은 기존 고객을 활용한 매출 증대를, 아이돌은 남녀노소가 이용하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일반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향후 앨범이나 협업 상품 판매를 넘어 '상품개발 스토리'처럼 아이돌 관련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돌 팬들이 많이 찾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연계해 꾸준히 자사 브랜드를 인식시키려는 방안이다.

◇ GS25의 K-POP 앨범 판매, '바나나우유' 제치고 점포 매출 1위
GS25 또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인사동 지점에 'K-POP 앨범 존'을 마련했다. 바로 'GS25그라운드블루49점'이다. 이곳에는 연일 해외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K-POP 앨범이 스테디셀러 '바나나우유' 등을 제치고 점포 매출 1위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유동인구가 많은 인천공항T1서편점, 역삼 DXLAB점 등에서도 앨범 릴리즈에 발맞춰 활발한 현장 판매가 이뤄다.
GS리테일은 이어 엔믹스, 제로베이스원과 함께 기간 한정 상품도 출시했는데, 기존에 편의점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상품군을 내놓은 것이 특별하다. 다이어리, 손거울, 포토카드 등 주로 10대들이 문구점에서 구매하는 상품들이 마련됐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러한 시도에 대해 단순한 스타 마케팅을 넘어 편의점의 개념을 확장하려는 적극적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GS25는 지난해 업계 단독으로 르세라핌 3집을 판매한데에 이어, '우리동네GS' 앱에 생활&문화 탭을 신설하고 적극적으로 음반 판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엔믹스(NMUXX)', 세븐틴 스페셜 유닛 '호시X우지'의 앨범도 사전예약을 진행하며 1020세대 덕질 소비트렌드를 겨냥하고 있다.

◇ 세븐일레븐, '화보·팬미팅 응모권·포토카드' 등 '종합선물세트' 기획
세븐일레븐은 브랜드 이미지 리포지셔닝 전략 중 하나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K-POP 앨범 판매와 팝업 이벤트를 진행해오고있다. 작년엔 CIX의 EP 앨범을 한정 판매하는 동시에 오직 세븐일레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미공개 스폐셜 포토카드'를 별도로 증정했다. '한정판'에 큰 의미를 두는 아이돌 팬층을 사로잡은 덕분에, 팝업 행사가 진행된 점포 두 곳의 매출은 전월대비 50%(동대문던던점), 30%(잠실챌린지스토어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이어받아 이번에는 SF9과 손잡았다. ‘SF9화보매거진기획세트’를 '한정판'으로 선보이며 오직 세븐일레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랜덤 포토카드·엽서를 특전으로 제공했다. 세트 안에 첨부된 QR코드를 통해 하이터치 팬미팅 응모권과 랜덤 디지털 포토카드, 멤버 사인 폴라로이드도 제공하는 등 기획세트 하나에 SF9와 관련된 모든 팬 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해 팬들 사이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엔터까지 영역 확장…K팝 산업과 협업해 '고객 경험 차별화'
이처럼 편의점 업계가 팬덤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오프라인 매장만의 차별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이제 편의점은 생필품·먹거리를 판매하는 단순한 역할을 넘어 경험을 판매하는 '뉴리테일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K팝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선정됐다는 분석이다.
단독 상품, 혜택으로 K팝 팬들을 사로잡으면 편의점의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고, 젊은 세대에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에도 용이하다. 또 오프라인 음반 판매처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대신하며 고객 경험을 차별화할 수 있다. 이는 자연히 매장 내 다양한 제휴상품의 구입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매출 확대를 위해서라도 아이돌 산업과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음반 판매 채널과 아이돌 '덕질의 장'으로 새롭게 소비되는 편의점이 K팝 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yeo-on03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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